‘우리 쇳물은 제철보국이었네’
안병화·여상환 편저·아시아 펴냄
에세이·2만2천원

지난 4월 1일은 포스코 창립 50주년이었고, 오는 9일은 포스코 첫 출선(出銑) 45주년이다. 포스코의 반세기 역사는 한국 현대사에 ‘영일만의 기적, 광양만의 기적, 포철 신화’라는 영광을 일으켜 세우며 한국 산업화 발전과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성공적으로 감당하고 글로벌 최고 철강회사라는 금자탑을 이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동안 포스코는 최고경영자들이 임기 중에 사임하는 곤경을 겪는 가운데 국민기업, 민족기업의 자긍심에 어느 정도 상처를 입은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개최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평화체제의 희망으로 떠오르면서, 이는 국민기업 민족기업 포스코에도 새로운 시대적 사명을 부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포스코에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인가? 포스코 창업세대의 여러 임원들은 ‘포철혼(魂), POSCO SPIRIT을 회복하고 재무장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이구동성으로 토로한다. 이제는 ‘포철혼, 제철보국, 우향우, 포스코정신’을 만들어낸 당사자들도 지상에 얼마 남아있지 않다. 창업요원 34명 가운데 박태준 사장을 포함한 20명이 이미 타계했다는 사실이 그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바로 여기서 안병화, 여상환, 안덕주, 박준민씨 등 창업요원들과 창업요원이나 진배없는 신상은, 김기홍, 심장섭, 구자동, 송경섭, 성기중, 김진주씨 등이 나서서 ‘포철혼(魂), POSCO SPIRIT(포스코 스피릿·포스코 정신)의 뿌리와 줄기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중의를 모으고 안병화, 여상환씨가‘우리 쇳물은 제철보국이었네’(아시아)의 편저자로 나서게 됐다.

포스코 창업세대의 열전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그때의 쟁쟁한 인물들 40명이 등장해 생생한 고투와 치열한 도전의 회고를 남긴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됐다. 제1부 ‘왜 포스코는 무(無)에서 시작해야 했는가?: KISA에서 하와이 구상까지’, 제2부 ‘제철보국의 뿌리와 줄기를 키우다: 창업요원은 말한다’, 제3부 ‘제철보국의 뿌리와 줄기를 키우다: 현장에서, 기술에서’, 제4부 ‘제철보국에 물과 거름을 주다: 위기의 시간을 함께한 바깥 사람들’, 제5부 ‘제철보국을 만들고 제철보국을 살다: 박태준 창업회장의 삶과 정신’ 등이다.

제1부는 KISA(대한국제제철차관단) 출범에서 ‘하와이 구상’까지의 포스코 창립 전후사를 다루고 있다. 포스코는 창립 50주년에도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는” 그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는 것을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긍심으로 앞세웠다. 미래에도 그것은 변하지 않고 변할 수 없는 포스코의 영원한 자긍심이다. 그러나 후배들은 그 귀중한 역사적 진실을 하나의 수사(修辭)처럼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단순한 노파심은 아닐 것이라고 편저자들은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포스코가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는”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려야 했던 사연과 오히려 절명의 위기를 기사회생과 전화위복의 전기로 만들어냈던 지혜를 사실 그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제2부는 창립요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1968년 4월 1일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 창립한 당시에는 39명이었으나 곧 5명이 퇴사해 공식으로 34명이 창립요원에 이름을 올렸다. 창립 50주년에는 이미 20명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여기서는 18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고인들 중에 고준식, 윤동석, 최주선, 김창기, 이원희, 신광식씨의 글을 찾아내 실었다. 제목을‘제철보국의 뿌리와 줄기를 키우다’라고 붙였다.

제철보국의 뿌리와 줄기를 키워내는 노고와 고투는 특히 창업 연대의 포항 영일만 현장에서, 그리고 기술력을 쌓아올리는 과정에서 어느 자리든 열외 없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제3부는 바로 그 현장, 그 기술의 목소리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박종태, 신상은씨의 경우는 창업요원과 다름없지만 공식 기록을 바꿀 수 없어서 이 자리에 실었다.‘기술의 꽃’이라 불러야 하는 기성(技聖) 3명의 회고도 여기에 함께 모았고, 한국 최초 고로인 포항 1고로 공장장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짊어졌던 고(故) 조용선씨의 글을 찾아 마무리로 삼았다.

제4부는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는’ 창업 연대에 마치 묘목에 물과 거름을 주는 것처럼 애써 포항제철을 도와준 외부 인사들의 회고로 짜여 있다. 박태준 창업회장의 ‘하와이 구상’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 주요 역할을 했던 박철언-야스오카-이나야마의 활약상, 도쿄에서 신격호 롯데 회장이 별개로 추진했던 한국 종합제철 프로젝트, 영일만 부지에서 160명 수녀님들과 500명 고아들이 한꺼번에 떠나야 했던 ‘대이주(大移住)’, 착공식을 앞당길 수 있도록 거들어준 일본인, 앞날이 불투명한 창립 포스코에 첫 외자 도입의 길을 터준 서양인, 포스코를 성원해준 한국 관료 3명이 등장한다.

‘제철보국’을 주창했을 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보다 철저히 ‘제철보국’을 살아간 이는 박태준 창업회장이다. ‘박태준’의 이름을 빼놓고는 ‘포철혼’이나‘POSCO SPIRIT’을 말할 수 없었다. 편저자들은 존경과 흠모를 바쳐 제5부에 ‘박태준의 생애와 정신’을 간추린 이대환 작가의 에세이와 ‘태준이즘’을 연구한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사회학)의 에세이로써 책을 마무리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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