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누비며 열올려도
유권자들 반응은 썰렁
관심은 단체장에 쏠려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은 도지사와 시장·군수 등 단체장 선거에만 쏠려 있다. 자신이 사는 지역의 시·군·구의원(기초의원) 후보로 누가 나오는지, 누구를 뽑을지 관심조차 두지 않는 사람이다. 후보자들도 동네 곳곳을 누비며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이 썰렁해 애를 태우고 있다.

동네 살림살이를 책임질 일꾼인 7기 지방의회 지역 일꾼은 광역의원 824명, 기초의원 2천927명 등 총 3천751명을 뽑게 된다.

이중 가장 많이 선출하는 기초의원은 풀뿌리 지방자치 최일선 동네일꾼이다. 이들은 동네 주민의 피부에 와 닿는 문제를 해결하고, 삶이 나아지게 만드는 활동을 한다. 국가의 살림살이와 정책은 국회에서 결정되고, 그곳에서 결정된 걸 주민들이 직접 느낄 수 있게 하는 일이 기초자치단체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후보자의 면면(面面)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투표 당일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깜깜이 선거’를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깜깜이 선거의 몫은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태운 경북대 교수는 “주민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줄 대리인을 뽑는 것이 선거인데 대리인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은 지역의 일에 관심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출된 대리인의 의사결정을 통해 지역의 일들을 처리하게 되는데 만약 무능하거나 뽑히지 말아야 할 사람이 뽑힌다면 공적 서비스의 품질이 저하돼 자신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5일 경북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경북 도내 유권자들은 김천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제외하고 369명의 일꾼을 뽑는다. 기초의원은 284명(지역구 247명·비례대표 37명)이다. 도내 기초의원 지역구 선거에는 247명 선출에 549명이 출마해 2.22대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경주시 가선거구(황성동, 현곡면)가 4.50대 1로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반면 기초의원 선거구 3곳에선 의원 정수와 등록 후보 숫자가 같아 무투표 당선자도 나올 전망이다.

경북 도내 23곳의 시·군의회는 매년 373억9천885만원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북 도민 1명당 매년 평균 2만4천698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도내 23곳의 시·군의회 중 운영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 곳은 구미시의회로 44억9천170만원의 운영비가 들어갔다. 반면 가장 적은 곳은 매년 5억4천761만원을 쓴 성주군의회이다.

경북 도내 기초의회 의원들은 의정활동비와 수당, 업무추진비 등으로 매월 평균 330여만원을 받고 있다. 무보수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출발한 기초의원들이 지금은 정기급여를 받으면서 각 시·군의 살림을 감독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의원들의 대표적인 의정활동에는 시정 질의와 5분 발언, 의원 발의 조례가 있다.

안동시의회 경우 18명의 제7대 시의원이 총 137건의 시정 질의와 5분 발언, 조례를 발의했다. 의원별 개인 평균 7.6건이었다. 개인별로는 손광영 의원이 총 30건으로 두각을 보였으며 반면 단 한 건의 발의도 하지 않은 기초의원도 있어 대조를 이뤘다.

일각에서는 지방정부의 권한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지방의회가 지자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장에 예산과 인사권을 비롯한 대형 사업의 인허가권이 집중되다 보니 지방의회의 지자체 자치사무 행정감사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유급 보좌관이 따로 없어 지방의원들은 지방입법 활동에도 한계를 느끼고 있다.

또 이와 함께 지방의회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제도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유권자들이 지방의회의 역할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후보에 대한 정보도 없다 보니 정당만 보고 지방의원에 투표한다”며 “지방의회를 견제하는 특정 제도 마련에 앞서 후보자들을 알아보고 평가한 뒤 투표를 통한 일차적인 견제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차적으로는 내부적인 의원들 간의 자정 노력을 통한 견제도 필요하고, 마지막으로는 언론, 시민단체를 통한 감시와 통제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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