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정 주

복사꽃 피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뜨고, 초록제비 무처오는 하늬바람우에 혼령있는 하눌이여, 피가 잘 도라 …. 아무 병(病)도 없으면 가시내야, 슬픈 일 좀, 있어야겠다

짧디 짧은 이 몇 줄의 시 속에 미당의 길고 긴 서정의 끈을 발견한다. 복사꽃 피고 뱀이 눈뜨고 초록제비가 날아오는 이 땅의 봄을 두고 그는 몇 해 전 이 땅을 떠나 그가 말한 서역 삼 만리로 간 것이다. 그야말로 깨끗하여 어떤 병도 슬픈 일도 없을 희망의 세상이 도래한 데 대한 설레임과 환희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