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6·13 지방선거 지원유세를 중단하기로 했다. 제1야당 대표가 선거무대에서 사라진다니,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선거판이 펼쳐지고 있다. 제아무리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해도 이건 말이 안 된다. 유세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홍준표 패싱’이라는 이름의 기피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자유한국당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내어 고쳐낼 때지 이런 식으로 대표만 무대 뒤로 숨기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홍 대표가 지역선거구에 나타나면 한국당 후보 지지표가 오히려 떨어진다는 풍문이 돌았다. TK(대구·경북)지역 후보자들도 그동안 홍 대표가 지원유세를 올 때마다 비공식적으로 난처해하는 현상이 있었다. 실제로 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후보가 홍 대표의 지원유세 참석여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홍 대표의 유세중단 결정에 한국당 TK 후보들의 득실 계산이 복잡해졌다. 한국당 텃밭으로 여겨졌던 대구에서 유난히 홍준표 패싱론이 거셌다. 대구지역 한국당 후보들 사이에서는 홍 대표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에 TK민심이 등을 돌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홍 대표 방문 이후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들썩거렸다는 것이다.

반면, 보수적 색채가 더 뚜렷한 경북의 경우 지역별로 홍 대표의 지원유세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다. 경북지역 한국당 관계자는 “노년층 등에서는 ‘홍 대표처럼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는 시민도 있고, 반대로 기피하는 시민도 있다”며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호불호가 확실하다”고 전하고 있다.

정치인 홍준표의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오늘날 그의 퇴락한 대중이미지를 안타까워한다.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세월이 가면서 ‘모래시계’ 검사출신으로서 진정성과 개혁성향, 통찰, 유머와 남다른 친근감으로 매력을 발산하던 그가 수구꼴통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것은 의외의 변천이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일당 800원짜리 현대조선 경비 일을 하던 아버지를 보면서 불공평한 세상을 바꿀 결심을 했다던 그다.

투철한 반성을 통해 홍준표가 변하고, 한국당이 변하지 않는 한 민심이 달라질 가망은 높지 않다. 다 끓고 난 찌개 속에서 청양고추 골라낸다고 찌개의 매운 맛이 과연 사라질까. 늦지 않았다. 한국당의 거듭남은 지금 바로 시작돼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조금이라도 표를 더 얻겠다는 소탐(小貪)의 찌질한 꼼수 따위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집권당의 실정만 찾아내어 악착같이 물어뜯는 야당노릇도 바꿔야 한다. 진지한 반성 속에서 꾸준히 시대변화에 맞는 가치관을 담아 미래를 위한 확실한 정책대안을 꾸준히 생산해내야 한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회(轉回)만이 한국당의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