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에서 다시 등장한 대구 도심에 있는 주요 군부대의 이전 공약이 여야 정치권의 뜨거운 논란거리다. 더불어민주당 남칠우 수성구청장 후보 측은 3개 군부대를 이전하고 그 자리에 ‘대구 실리콘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구청장 선거 공약으로 마땅한 것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국방 측면에서의 적절성 검토도 없이, 은밀해야 할 주요 군사시설 이전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정말 괜찮은 것일까.

남 후보가 공약으로 내건 군부대의 부지는 제2작전사령부 40만여 평과 5군수사령부, 방공포병학교 등 총 74만9천 평에 이른다. 남 후보 측은 군부대 이적지에 ‘대구 실리콘밸리’를 조성하면 향후 8조2천억 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불러온다는 솔깃한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다. 또 다시 등장한 군부대 이전 공약이 주민의 재산권과 관련돼 보수텃밭의 표심을 흔드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고, 대구 민주당 바람의 진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초단체장 후보의 군부대 이전 공약은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자 민주당이 지원사격을 시작했다. 전반기 국회 국방위 간사였던 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지원유세를 통해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 의원은 “수성구 관내 군부대 이전은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 후반기 국회에서 새 상임위가 구성되면 여당 국방위 의원들과 충분히 협의해 2작전사 이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측은 군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선거용 발언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군부대 이전은 군 작전상 필요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정치인이 언급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전후방 개념이 없는 현대전에서 군 작전 필요성에 의해 정해진 부대위치를 정치인의 입김에 따라 변경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한국당 김대권 수성구청장 후보는 3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방개혁 2030’에도 낙동강 전선의 최후 보루인 2작전사를 이전하는 것은 검토된 바 없다”며 “국방안보의 중차대한 사안을 경제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며 기부대 양여 방식으로 이전하면 지방정부의 부담이 늘어나고 시민들도 어렵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주장한다.

지역민들을 잘 살도록 하겠다는 의지에서 관내 국가시설을 이전하고 그 자리에 획기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공약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대상이 국방을 감당하는 주요 군부대라면 출마후보든 유권자든 섣불리 공언하지 않는 것이 이성적인 태도일 것이다. “군작전 반응속도를 감안할 때 현재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한 2작전사 출신 예비역 대령의 말을 결코 흘려듣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