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요 2040년까지 28배↑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호재 기근’에 시달리는 철강 업계에도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산으로 수출길이 좁아졌고, 건설·조선 등 국내 철강 수요산업 부진으로 내수 상황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3일 철강 및 투자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래의 북한 철강 수요는 막연한 기대감을 넘어 구체적인 숫자가 제시되고 있다.

박현욱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투자리포트에서 북한의 경제가 개방돼 개발이 본격화할 경우 철강 수요는 2016년 152만t에서 오는 2040년에는 약 28배가량 늘어난 4천305만t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박 연구원은 “베트남은 1995년 미국과 수교하면서 철강 수요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며 “베트남의 성장률을 적용해 북한 개발이 본격화한다고 가정하면 2040년에는 한국 철강 수요의 72% 수준으로 급성장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제대로 된 제철소를 갖추기 전까지 최소 3∼4년 이상 한국산 철강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또 북한이 제철소 규모를 확대하고 신예화할 필요가 있는데, 한국 대형 철강업체들이 북한 설비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성을 갖출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TB투자증권 이원주 연구원도 최근 투자리포트에서 “베트남과 초기 조건이 유사해 북한 철강산업을 전망할 때 과거 베트남 사례를 보는 게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 베트남 개혁과 비슷한 과정을 북한이 밟게 되는 것을 가정하며 “한국철강사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2050년까지 연평균 11.9% 성장하는 철강시장을 얻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금융투자 박성봉·김경환 연구원은 국토연구원의 자료를 인용해 남북 통합철도망 구축 사업에 필요한 예상 사업비가 약 19조1천200억원일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이 본격화하면 남북 간 합의에 따라 북한의 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 현대화의 주체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될 것”이라며 “이는한국의 봉형강, 특히 레일 수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런 기대감에 신중론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대형 철강업체의 한 관계자는 “철강 업황이 워낙 어려워 남북경협에 관심이 쏠리는 건 사실이지만 변수가 많다”며 “아직 회사 내에서도 기대감만 있는 수준이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거나 구체적 사업계획을 준비하는 단계는 못 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