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6·13지방선거 운동기간이 시작되면서 선거전이 뜨겁다. 선거는 누군가를 선택하는 일이다. 그것이 좋은 선택이든 나쁜 선택이든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한다. 그게 대의 민주주의가 받아들인 기본 원리이다. 어떤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각자 자유이며, 각자 생각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그 사람을 선택한 결과는 모두가 함께 감당해야 한다. 이처럼 정치에 있어서 선택은 선거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선거가 아니더라도 인생에 있어 선택이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제자들이 물었다. “선생님! 인생이란 무엇입니까?”그러자 소크라테스는 아무 대답 없이 제자들을 데리고 사과나무밭으로 갔다.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각자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사과 하나씩을 골라 따오게. 단 선택은 한 번뿐이며, 다시 사과나무밭으로 돌아가 바꿀 수도 없네.” 제자들은 사과나무밭을 걸어가면서 유심히 관찰한 끝에 가장 크고 좋다고 생각되는 사과를 하나씩 골라 따 가지고 왔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자신이 선택한 사과가 제일 좋은 사과가 맞는가?” 제자들은 서로의 것을 비교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소크라테스가 다시 물었다.

“왜, 자기가 고른 사과가 만족스럽지 못한가?” 한 제자가 소크라테스에게 말했다. “선생님! 다시 한번 사과를 고르게 해주세요. 사과밭에 막 들어섰을 때 정말 크고 좋은 걸 보았거든요. 그런데 더 크고 좋은 걸 찾으려고 따지 않았어요. 끝까지 와서야 처음 본 사과가 크고 좋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제자가 급히 말을 이었다. “선생님 저는 정반대였어요. 사과밭에 막 들어섰을 때 제일 좋다고 생각되는 사과를 골라서 나왔는데 나중에 오다 보니까 더 좋은 게 있더라고요. 선생님,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세요.”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며, 인생은 언제나 한 번의 선택을 해야 한다. 수없이 많은 선택의 갈림길 앞에 서지만 기회는 한 번뿐이다. 모든 선택으로 인한 책임은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 번뿐인 선택이 완벽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실수가 있더라도 자신의 선택 결과를 감당하는 일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맞닥뜨리고, 선택의 결과들이 쌓여 우리 현재의 모습과 삶을 이룬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나라의 먹거리 장만을 위한 경제정책도 국민들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문재인 정부는 ‘가계소득을 끌어올려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를 선순환한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을 밀고있다. 문제는 ‘소득격차가 2003년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것. 기존에 보도됐던 전국 기준 가계수지는 2003년부터 통계가 작성됐지만, 비교 기준을 넓히기 위해 1990년 1분기부터 조사된 도시, 2인 이상 가구의 소득 10분위별 가계수지를 들여다보면 하위 10%의 근로소득은 20만2천원, 상위 10%의 근로소득은 1천13만7천800원이었다. 대한민국 도시에 사는 10개 가족 중 가장 잘 사는 1개 가족과 가장 못 사는 1개 가족이 각각 일하는 대가로 받은 금액에서 50배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1990년과 비교해보면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의 민낯을 더욱 생생하게 목도할 수 있다. 1990년 1분기 하위 10% 가구주의 연령은 평균 38.71세, 근로소득은 12만113원이었다. 상위 10%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43.6세, 근로소득은 122만2천100원이었다. 1990년에는 가구주 나이가 적을수록 근로소득이 적었고, 나이가 많을수록 근로소득이 늘어났다. 상위 10%와 하위 10%의 격차는 10배 정도였다. 정부가 소득격차를 완화하는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이유를 알만하다.

6월13일 지방선거에서 우리는 어떤 사람을 지역 살림을 맡을 사람으로 뽑아야 할까. 선택의 결과를 책임지는, 단 한번뿐인 ‘소크라테스의 선택’을 고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