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옥산서원 소장
왕에게 올린 1만명 청원서
‘인류가 기억해야 할
중요 기록물’ 평가

▲ 복제개혁반대 만인소 (상소본문 부분). /경주시 제공

경주 옥산서원이 소장하고 있었던 ‘복제개혁 반대 만인소’가 도산서원의 ‘사도세자 추존 만인소’와 함께 ‘만인의 청원, 만인소’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지역 목록에 등재됐다.

31일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 29일부터 31일까지 광주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록유산 총회(MOWCAP)’에서 인류가 기억해야 할 중요 기록물로 ‘만인의 청원, 만인소’를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됐다는 것.

경주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3건(석굴암·불국사, 경주역사유적지구,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과 함께 유네스코 아태기록유산이 추가됨으로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기록유산의 도시로 거듭나게 됐다.

만인소는 조선시대 만여명에 달하는 재야 유교 지식인들이 연명해서 왕에게 올린 청원서이다.

만명이 중요했던 것은 ‘만(萬)이 모든 백성’을 상징하는 숫자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만인소 운동은 1792년 억울하게 죽은 사도세자를 신원해 달라는 청원으로부터 시작됐으며 이후 각기 다른 사안들을 가지고 19세기 말까지 총 7차례 진행됐다.

이번 아태기록유산에 등재된 만인소는 원본이 남아 있는 1855년 사도세자를 왕으로 추존해 달라는 ‘사도세자 추존 만인소’와 1884년 당시 중앙정부에서 진행된 복제 개혁에 반대하는 ‘복제개혁 반대 만인소’ 2점이다.

이 두 종의 만인소는 각각 도산서원과 옥산서원에서 소장하고 있다가 이번 등재신청을 위해 현재 한국국학진흥원에 대여해 보존해 왔다.

‘사도세자 추존 만인소’는 1만94명이 연명한 상소로 폭 1.11m, 길이 96.5m, 무게 16.6kg이다.

‘복제개혁 반대 만인소’는 8천849명이 연명한 상소로 폭 1.2m, 길이 100.36m, 무게 8.3kg이다.

이 두 상소의 청원 내용은 다르지만 유교적 올바름을 실천하려 했던 참여 운동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만인소는 그 성격상 중앙정부를 비판하고 옳은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권력에 반하는 성격들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만인소 운동에 참여한 재야 지식인들은 목숨을 걸어야 했다.

실제 만인소 운동을 이끌었던 대표는 유배를 가기도 하고 중앙정부의 탄압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았다.

경주시 관계자는 “만인소가 이번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지역 목록에 등재된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문화재청, 경북도, 안동시, 한국국학진흥원과 긴밀히 협력하고 기록유산과 문화유산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경주/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안동/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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