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김살로메 지음·아시아 펴냄
산문집, 1만5천원

“사랑하지 않아야 사랑이 온다. 사랑하면 그 사랑은 달아나기 십상이다.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첫사랑은 실패로 남는다. 사랑을 이론서 안에서만 이해한 치들은 ‘사랑은 주는 것’이라며 순정한 사람들을 기만해왔다. 더 많이 사랑할수록 충만해진다는 것은 거짓이다. 사랑은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아니다. 사랑은 다만 혼란이다.” - 김살로메 ‘사랑하지 않아야 사랑이’

포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견 소설가 김살로메씨가 산문집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아시아)을 펴냈다.

작가는 작정하고 일천 글자로만 된 미니 에세이를 썼다. 작가가 찍은 10여 편의 사진과 함께 80편의 짧은 산문을 엮었다. 일상에서 느낀 가족, 이웃, 문학에 대한 순간의 심상을 캐리커처처럼 그려냄으로써 글 쓸 당시의 작가의 내면 풍경을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다. 단상 속에서 그는 이웃과 사람을 불러내고 책과 문학을 품는다. 그러다가 깨치거나 반성할 것이 있으면 메모를 한다. 대개 소설이 되는 그 기록에서 씨앗 같은 

▲ 김살로메
▲ 김살로메

아침놀이나 비에 젖은 꽃잎처럼 떨어져 나온 말들이 미니 에세이가 됐다. 소설로 묶기에는 따뜻한 말들, 이를테면 아무리 싸우려고 해도 미소부터 나오는 하루, 뺨을 때리는데도 안아주고 싶은 상대, 떠벌이지 않아야 할 때를 놓쳐버린 찰나의 비애, 무심결에 맞서는 매서운 바람의 기척 등, 때론 스미거나 번지는 말들이 한 편의 산문집이 됐다.

그의 글은 투명하다. 투명한 사람이 쓴 투명한 미니 에세이. 막 소리 내어 욕망하지는 못하지만 그는 분명히 남다른 감각과 체험을 지닌 작가다. 세계와의 충돌을 인정하지만 조화로운 공존 또한 모색하려는 성찰적 자기 고백. 더하고 보탤 것 없이 작가는 이 짧은 산문을 통해 쨍한 유리창처럼 자신을 드러내 보인다. 이 미니 에세이는 한마디로 사람과 문학을 바탕으로 한 김살로메 작가의 일상 고백록이라고 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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