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이 27.3명이다. 2017년 현재 OECD 국가 중 자살률 12년 연속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불명예스러운 수치다. 청소년의 사망원인도 1위가 자살이다. 노인 자살률도 세계 1위다. 노인의 경우 10만 명당 무려 49.6명이 자살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포항지역에서 성인 남녀가 집단으로 사망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5월 구미 20대 부자의 고독사에 이은 경북도내에서 발생한 집단 사망사건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깝게 한다. 사건은 수사를 해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겠으나 유서 등 주변 정황으로 보아 집단 자살로 추정된다고 한다. 우리사회에서 발생하는 집단 자살이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자성은 있어야 한다.

사는 곳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직업과 연령이 전혀 다른 이들끼리 만나 삶을 마감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아찔함을 느낀다. 어처구니도 없거니와 우리사회가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집단 자살은 혼자 마음먹기 힘든 자살을 집단의 힘으로 실행하는 방법이다. 이를 매개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 등 그 근간에 대한 보다 철저한 감시망과 단속이 있어야겠다. 경찰에 따르면 포항시 남구 한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된 남녀 3명도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만나 알게 된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오래 전 서울에서 여고생 2명과 30대 남자 1명이 고층 아파트에서 함께 뛰어내려 목숨을 잃은 사건도 인터넷이 매개가 됐다. 3명 사이의 공통점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가족들조차 어이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만나 자살여행을 다녔고, 고속도로 상에서 네 차례나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 인터넷 사이트는 연고가 없는 상태에서도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해줄뿐 아니라 자살에 관한 자세한 정보도 준다.

새삼스럽지 않지만 인터넷 자살 사이트 등에 대해 우리사회가 감시망을 촘촘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하는 대응체제를 갖춰 가야 한다.

자살은 그 나라의 삶의 질을 비교하는 바로미터 역할도 한다. 선진국 문턱에 다가섰다는 우리나라가 아직도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특히 자살의 원인이 빈곤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 사회안전망 확충에 더한층 노력해야 한다. 빈부의 격차, 저소득 취약계층의 관리, 빈곤노인 대책 등에 국가적 관심이 있어야 한다. 청소년의 40% 정도가 이런저런 이유로 자살충돌을 느꼈다는 설문조사가 있다. 가정이나, 학교, 사회 등 공동체도 좀 더 우리의 아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애정을 쏟아야 한다. 생명존중의 문화가 싹틀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