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종 택

우리 집 바로 앞에

조그만 산을 하나 세웠답니다

쓸쓸한 날 오르려고

구부러진 산길도 만들었지요

마음이 구부러지면

구부러진 산길 따라 걷는답니다

어디론가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구부러졌기 때문에 걷는답니다

펼 수 없는 것들 모두 모아서

조그만 산을 하나 세웠답니다

구부러진 길 때문에

저절로 구부러진 산이랍니다

현대의 기계문명은 거의 직선으로 이뤄져있다. 고속도로가 그렇고 고층 빌딩이 그렇다. 시인은 이러한 단절과 일관성이라는 문명의 속성을 비판하며 구부러진 산길의 여유로움과 넉넉함을 옹호하고 있음을 본다. 구부러진 자연 속에 구부러진 인간이 깃들어 사는 여유롭고 넉넉한 세상을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