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학생들 어디 가니?” “지구 환경을 지키러 갑니다” 호기심에 물었다가 의외의 답을 들은 한국 관광객은 말문을 닫았다. 여행의 들뜬 기분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끄럽던 주변 한국 사람들도 같이 조용해졌다. 산자연중학교 학생의 말은 울긋불긋한 등산복을 차려입은 한국 여행객들로 소란한 몽골행 비행기 안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다.

“어떻게 지구 환경을 지키니?” 처음에 질문한 사람의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시 물었다. “나무를 심으면 됩니다” “나무를 심는다고?” “네, 저희는 작년부터 몽골 아르갈란트 솜 지역에 생명 사랑 나눔의 숲을 만들고 있습니다” 학생의 말이 끝나는 순간 질문을 했던 사람은 흐트러진 자신의 자세를 고치고 다시 물었다. “나무를 심는다고? 어떤 나무를 심니?” “비술나무를 심습니다. 작년에 400그루를 심었고, 올해는 700그루를 심을 예정입니다” 비행기 여기저기서 탄성들이 쏟아졌다.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몽골 아르갈란트 솜 지역에서 울란바토르로 가는 버스 안이다. 여기저기서 오케스트라처럼 들리는 학생들의 코 고는 소리가 아름답기만 하다. 30도가 넘는 날씨! 상상을 초월하는 일교차! 사막의 먼지바람!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700그루의 나무를 심기 위한 구덩이를 파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다.

땀과 먼지가 얼굴에 여러 갈래 길을 낸 아이들! 손바닥에 물집이 잡힌 것도 모르고 온전히 삽과 하나 되어 사막화 지표 식물들을 걷어내고 푸른 지구의 꿈을 피울 나무의 보금자리를 마련한 아이들! 장갑을 벗으면서 발견한 물집을 보여주면서도 씩 웃어 보이는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의 맑고 밝은 표정에서 필자는 푸른 지구의 꿈을 확신할 수 있었다.

몽골어 중에 조드(ЗУД)라는 말이 있다. 이 단어의 뜻은 ‘자연재해, 설해’라는 뜻이다. 이를 좀 더 자세히 풀면 다음과 같다.

“물 부족으로 인한 가뭄과 영하 40℃가 넘는 혹한기 기온으로 인해 가축이 떼죽음을 당하는 현상” 2010년에는 석 달간 약 600만 마리의 가축들이 조드로 인해 죽었다고 한다. 유목민들에게 조드는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무서운 자연재해다. 조드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환경 난민이 된다. 몽골에는 이런 환경 난민들이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의 숫자에 비례하여 황사와 미세 먼지의 강도는 더 커진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조드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최근 일기예보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 미세먼지 지수이다. 사람들은 자연이 인간에게 허락한 편하게 숨 쉴 권리를 박탈당했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지구이다. 자연은 계속해서 경고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치인들처럼 불평불만만 할 줄 알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 편함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미세먼지 지수에 따라 마스크만 바꿔 쓸 뿐 여전히 자연을 자극하는 일들을 계속하고 있다. 아무리 인간의 기술력이 뛰어나도 자연의 힘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을 일회용에 길들여진 인간들은 절대 모른다. 환경 난민을 만드는 조드! 우리나라 교육계에도 조드와 같은 재앙이 발생하고 있다. 교육계의 조드는 근본 없는, 또 이념에 젖은 선심성 교육정책들이다. 교육난민을 만드는 국적 불명의 교육정책이 교육감 선거라는 미명 아래 남발 되고 있다. 저마다 경북 교육을 살릴 최고의 적임자라고 떠들어대는 사람들, 정녕 그들의 공약을 보면 알맹이는 하나도 없다.

경북 교육감 후보들에게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대안학교 학생들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한다. “지구인 여러분, 푸른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합시다. 그 방법은 간단합니다. 욕심을 버리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