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혜명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 차혜명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모든 것은 변한다.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자연히 늙어가고 부패도 하며 그저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다. 자연 삼라만상 가운데, 생겨난 그 모습 그대로 멈춰 있는 것은 세상에 없다. 사람이 만든 물건들이야 다시 손을 대어 그 모습을 바꾸기 전에는 변하지 않겠지만, 식물과 동물, 그리고 대기와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의 흐름을 타고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렇게 변해 가는 모습을 우리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순간순간 그렇게 바뀌어 갈 뿐 아니라 그 변화에는 정해진 법칙과 방법이 있어 보인다. 시간을 따라 조금씩 새로운 것을 남겨 가면서 자연이라는 배경으로부터 사라져 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자연스럽게’ 새 모습의 자연을 우리는 오늘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자연과 다른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런 변화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간다는 것 아닐까? 자연은 자연스러운 변화를 만들어 가지만, 사람은 또 사람대로 오늘의 모습에 그대로 멈춰 있지 아니하고 끊임없이 더 나은 모습을 향해 움직여 가지 않는가. 오늘 나의 모습에 만족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말이야 ‘이 모습 이대로가 좋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해도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쉬지 않고 노력해야 하며 하나라도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오늘의 좋은 모습을 붙들어 둘 방법이 없다. 그래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고 변화해야 하고 이왕 바뀌어 갈 바에야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하며 꿈틀거려야 하는 것이다. 변화는 ‘자연스럽다’.

변화는 어떤 방향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 변화의 까닭을 깊은 곳에서 발견할수록 좋을 것이다. 날마다 생기는 문제를 따라 변해 갈 일이 아니라, 그 문제의 근원을 다스리는 변화를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 겉모양의 변화보다 깊은 속이 바뀔 때 더욱 든든하고 뿌리깊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보이는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지, 그 문제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지 살피는 일이 그래서 중요할 터이다.

변화의 결실을 기왕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수록 좋지 않을까. 이제는 글로벌 시대. 모든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고 모든 활동이 노출되어 있다. 나 혼자 변화와 성공의 열매를 누리기 보다 함께 하는 변화와 함께 누리는 결실을 향해 만들어 가는 변화야말로 21세기형 변화가 아닐까. 나와 내 가족이 나아져 갈 뿐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그 열매를 나눌 만한 변화, 찾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리고 변화는 그 흔적이 오래 갈수록 좋을 터이다. 보다 긴 지평이 열리고 긴 호흡이 느껴지는 변화, 생각만 해도 가슴뛰는 일이 아닐까. 내가 불러온 변화가 오래 남아있어 긴 시간동안 그 호흡을 남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월의 지평을 넘어 변화가 불러온 결실을 여러 세대가 느낄 수 있다면.

변화는 자연스럽다. 기왕이면, 보다 깊고 더욱 넓으며 긴 지평의 변화를 생각하기로 하자. 뿌리부터 다르고 누리는 이들이 더욱 많으며 세대를 넘어 흔적을 남기는 변화를 상상하기로 하자.

마침 선거의 바람이 분다. 나선 이들 가운데 누가 그런 변화를 이야기하는가. 인물로 보아 정책으로 보아, 그가 말하는 변화에는 깊이와 넓이와 지평이 존재하는가. 우리는 어떤 변화를 선택할 것인가.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를 수용할 것인가. 또다시 결과를 놓고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는 부끄러운 평을 스스로 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차피 바뀔 것이라면, 생각이 깊고 함께 누리며 긴 안목으로 다진 변화를 기대하기로 하자. 높은 기대가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