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서 3명 집단자살 이어
인근 모텔서도 남녀 2명
유서 남기고 자살 시도
남자는 숨지고 여자는 중태
모방 자살시도 번지는데
경북도내 감시 체계 ‘전무’

포항지역에서 성인 남녀가 무리를 지어 사망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집단 변사사건 모두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자살방지를 위한 사회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28일 오후 3시 30분께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한 원룸에서 성인 남녀 3명이 나란히 숨진 채 발견<본지 5월 29일 5면 보도>된 데 이어 이날 오후 7시 24분께 인근의 한 모텔에서 A씨(26)와 B씨(25·여)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당시 모텔주인은 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경찰에 즉시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결과 A씨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B씨는 다행히 목숨이 살아 있어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사건 현장에 “힘들어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동반 자살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오전 3시 30분께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된 남녀 3명도 타살보다는 동반자살을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 3명은 한 인터넷 자살사이트에서 알게 된 사이로 C씨(45)가 지난 22일 계약한 원룸에 D씨(27·여)와 E씨(34·여)가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현장으로 미뤄 동반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정확한 사건 경위 등은 국과수의 부검 등이 끝나야 알 수 있다”며 “하지만 사회적으로 번지고 있는 모방 자살 시도에 대해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동반자살로 추정되는 사건이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시기에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를 예방할 시스템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학생, 주부, 정신보건 전문가, 유명인사 등 각계각층 시민 100명으로 구성된 ‘자살예방 시민 옴부즈맨’을 전국 최초로 운영·실시한 바 있다. 또한 인터넷상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자살 위험이 감지되면 자살예방센터에 알려 사이버수사가 즉각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돼 있다.

하지만 경북도에는 시·군별 보건소에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나 우울증 검사와 대상자 예방 교육 등만 실시할 뿐 아직 자살과 관련된 감시체계는 전무한 실정이다.

익명의 심리전문가는 “혼자서는 자살이라는 무거운 행동을 하기가 힘들고 두려운데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집단이 형성되면 과감하게 실행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일반인들은 문제 발생시 ‘죽음’이라는 것을 배제해 생각하지만 자살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죽음’이 문제의 유력한 해결 방법으로 고려하는 심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박혜경 포항시 남·북구보건소장은 “자살을 부추기는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감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느끼고 있다”며 “보건소뿐만이 아니라 포항시 등 각 기관들이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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