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재현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양성평등보이스 단장

▲ 조재현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양성평등보이스단장.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제공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지난해 12월 21일 개원 20주년을 맞아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양성평등보이스단을 구성해 양성평등 문화 정착과 확산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성평등 보이스단의 보이스는 목소리(Voice)·남성들(Boys)의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 성평등 문화 확산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대개 여성의 몫이었던데 반해 학계와 문화계 등 각계의 남성 인사 20명이 모여 양성평등에 일조하겠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경북여성정책 개발원 양성평등보이스단 초대단장으로 위촉된 조재현 영주 소백산예술촌장을 29일 만나 그가 생각하는 양성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통적 유교이념은
여성에게 상대적 박탈감
인식 개선 캠페인 부족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양성평등보이스eks 초대 단장으로 활동 중이신데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고,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작년에 경북여성정책개발원에서 주최한‘경북여성인물을 여행하는 인문학 여행’ 안내를 맡은 적이 있는데 그때 최미화 원장님과 알게 되었습니다. 원장님의 여성 정책에 대한 높은 관심과 큰 뜻을 보고 감동을 받기도 했었지요. 그때 저도 여성정책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게 됐고 경북도민으로써 경북의 많은 차별과 불평등을 겪고 있는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양성이 평등한 경상북도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나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경상북도는 장점이 많은 곳이지요. 선비의 절개가 있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살기 좋은 곳입니다. 하지만 유교적 유산이 많은 만큼 여성에게 냉정한 부분도 많지요. 여전히 남아있는 반가의 전통이라던가, 남녀의 역할구분에 대해 엄격한 전통적 잣대를 들이대고는 합니다. 이러한 전통적 유교이념은 차별을 위한 차별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차별을 가져오고 여성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저는 앞으로 경상북도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하고 양성이 평등한 사회로 거듭나기 위해 남녀의 구분 보다는 ‘인간 대 인간’, ‘개인 대 개인’으로써 서로 배려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자라서 배려해야 한다’가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배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를 성별과 상관없이 배려한다면 남녀라서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불평등이나 열등의식도 점차 사라져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양성평등보이스단의 앞으로 활동 방향이 있으시다면.

△무슨 일이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목표설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양성평등의 명확한 목표설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동기부여가 가능하게 하지요. 따라서 저는 여성과 남성이 동시에 행복한 경상북도를 만드는데 최우선을 두고 활동하려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북여성정책개발원에서 주최하는 양성평등관련 포럼에 적극 참여해서 남성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여성의 평등을 말하고, 또 여성이 배려해 줬으면 하는 남성의 측면도 함께 말할 것입니다.

또 개인적으로 남성들의 양성평등 인식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캠페인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아직 남존여비 사상에 갇혀 있는 남성들이 은연중에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남존여비를 철폐하고 양성평등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 할 수 있는 캠페인이 만들어진다면 경북의 양성평등에 나아가 대한민국의 양성평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캠페인 운동이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활동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양성평등보이스단장으로서 경북 남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양성평등을 위한 실천계획이 있다면.

△제가 경북양성평등보이스단장으로 선임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저희 장모님께 가서 “앞으로 가사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저는 평소 양성평등에 대해 ‘깨어 있다’라고 생각했으면서도 정작 집안일에는 소홀했습니다. 저는 이를 반성하고 현재 설거지, 밥하기, 빨래 등 집안일을 하루에 30분 이상씩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저의 변화된 모습은 아내를 더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양성평등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 그것이 양성평등의 첫 걸음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이 가정에서 먼저 이뤄져야 하고, 가정에서부터 시작되는 작은 변화는 곧 사회전체의 변화로 이어진다고 확신합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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