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필자도 다른 국민들처럼 지난 주말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시간을 보냈다. 지난 24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미북정상회담을 취소했다. 27일 오후 3시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의 북한쪽인 통일각에서 제2차 정상회담을 했다. 그리고 28일에는 미국과 북한의 실무자가 통일각에서 미북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가졌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는 어떤 영화도 소설도 능가한다.

이와 더불어 필자는 자유한국당의 대응을 보는 것도 매우 흥미진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6월 12일의 미북정상회담을 취소하는 편지를 발표했을 때 자유한국당의 대변인은 ‘당의 공식적인 논평을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의식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27일 홍준표 대표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을 구해주기 위한 쇼’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자유한국당은 미국의 강경파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주장해왔다. 그리고 이런 기준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계속해서 비판해 왔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 때에도 자유한국당은 회담 내용이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하지 않고 있고, 핵무기 폐기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또한 제2차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CVID를 수용했는지 묻는 질문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거듭 말하며 미북회담 실무과정에서 확인할 것이라고 즉답을 회피했다”며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CVID원칙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의심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는 대한민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서 실질적인 협상을 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알고 있다. 오직 미국만이 북한과 비핵화에 대한 실제적인 논의를 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대가로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을 약속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때 정전협정에 서명한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종전협정도 북미 간에 협의할 문제이다. 미북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다면 북한의 비핵화도 종전협정도 실현 불가능하다. 이런 것을 알면서 계속해서 CVID를 고집하는 것은 자유한국당이 ‘북한 리스크’(전쟁 가능성, 북한에 의한 남한의 사회주의화 등)의 소멸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사실 자유한국당은 ‘북한 리스크’를 이용해 오랫동안 그리고 효과적으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해왔다. 하지만 미북회담의 결과로 종전협정이 맺어지고 한반도가 평화체제로 이행하게 되면 지금까지 이 당이 생존의 자양분으로 삼아왔던 ‘북한 리스크’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다.

필자는 자유한국당도 대한민국에서 북한 리스크와 관련해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을 빨리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당장 6월 12일 미북정상회담이 성사되느냐 마느냐와는 관련이 없는 문제이다. 우리 국민들은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생중계로 보면서 한반도에서 종전이 선언되고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실감’했다. 이런 ‘실감’은 대체로 이데올로기를 능가한다. 더구나 다수의 국민들은 이‘실감’을 ‘현실’로 만들고 싶어 한다. 자유한국당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리고, 자신의 대중성을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즉, 자기 당의 장점(경제는 자유한국당)을 살려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