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해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계속 근무하는 것이야말로 직장의 보편적 관념이다. 일본은 이런 평생직장의 사회적 인식이 다른 나라보다 강했다. 일본에서는 신입으로 취업하면 평생 그곳에서 보내는 것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 직장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도와 평생직장은 함께하는 일종의 모범적 사회규범과 같은 것이다.

경제적으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도 평생직장 개념이 보편화된 사회다. 한번 입사하면 직장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오히려 잦은 이직은 이직자의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요사이 일본기업들이 신입사원의 이탈을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평생직장의 관념이 강한 일본 젊은이 사이에서 새로운 변화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평생직장에 만족했던 일본의 젊은이도 조건만 좋으면 언제든지 직장을 떠날 수 있다는 풍조가 생겨난 것이다. 일본의 한 취업정보회사가 지난해 입사했던 직장인 4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43%가 “현재 다른 직장을 구하고 있거나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일본 경제 전문가는 “많은 신입사원이 입사 첫해부터 전직을 고민하는 데는 회사가 아닌 구직자에게 유리한 고용시장의 상황이 반영돼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올봄 대졸자의 98%가 졸업 전에 직장을 구했다고 한다. 일본의 고용시장이 40여년 만에 활황세를 보이면서 직장에 대한 관념도 달라지고 있는 풍경이다.

한국도 IMF 사태 이후 희망퇴직제가 도입되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많이 퇴색됐다. “나를 끝까지 책임질 직장은 없다”는 생각으로 퇴직 후 제2의 직장 선택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게다가 100세 시대가 열리면서 정년이 퇴직 이후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인식도 늘었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다.

신입사원 이탈방지에 애쓰는 일본 기업의 모습에서 부러움이 느껴진다. 일본은 지금 지원자 100명 당 일자리가 158개로 사상 최고 호황을 누린다.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는 한국과는 딴판의 세상이다. 우리의 젊은이에게도 일본처럼 이런 날이 올까 궁금하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