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매일 여론조사를 비롯해 다른 조사에서도 TK(대구·경북)지역 민심이 한국당을 외면하는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어 ‘자유한국당 텃밭’이라는 위상이 퇴색하고 있다. 이는 TK지역민들이 보수중심을 표방해온 한국당에 준엄한 ‘경고장’을 던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당이 TK지역 민심을 비롯해 온 국민의 소망을 오독(誤讀)하고 있다는 이 같은 뚜렷한 증좌 앞에서 대오각성이 절실해 보인다.

대구시장 선거의 경우 김부겸 행안부 장관의 불출마로 한국당 권영진 후보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지만 민주당 임대윤 후보의 추격세가 만만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당지지율 역전 현상까지 드러나 심상찮은 분위기다. 경북도지사 선거상황 역시 강도가 다소 낮지만 비슷한 추세다. 경북매일과 모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한국당 이철우 후보가 37.1%, 민주당 오중기 후보가 30.8%를 기록, 오 후보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정당지지율도 한국당 37.8%, 민주당 33.8%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이다.

TK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무소속 돌풍이 거세다. 안동시장 선거의 경우 무소속 권영세 후보가 38.1%인데 반해 한국당 권기창 후보는 24.4%에 불과할 정도다. 대구 동구를 비롯해 포항 등에서의 민주당 바람도 매섭다는 게 지역정치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보수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던 시절은 이제 완전히 지나갔다는 자탄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TK지역의 민심이 이토록 돌변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홍준표 대표가 남북정상회담 등에 대해 비토를 놓으며 ‘반(反) 평화’ 수구꼴통 이미지를 덧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패착이다. 항간에선 홍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X맨’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선거 때마다 보수정서에 기대어 정치입지 부풀리기에만 여념이 없었던 지역정치인들의 이기적인 정치행태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감, 그리고 공천과정에서 노정된 불협화음의 여파 등도 한국당 지지세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당은 이제 현실을 ‘가짜 여론조사 탓’으로 돌리며 용렬하게 자위(自慰)의 섬으로 도망칠 때가 결코 아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던 ‘보수혁신’의 감동을 일궈내야 한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드높여 ‘품격’을 되찾아야 한다. 케케묵은 이념공세나 패거리정치 행태가 아닌, 미래를 개척해내는 정책능력과 도덕지능을 증명해야 한다. ‘무조건 지지’ 일색이던 과거의 꿀맛에 취하여 민심을 계속하여 잘못 읽으면 정말 앞길이 없다. 지역민들의 본심을 깊이 톺아보고, 희망의 사다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국민들은 ‘달라진 척’만 하는 보수가 아니라, ‘정말 달라진’보수를 갈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