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생활문화
이민 생활문화
  • 등록일 2018.05.28 22:15
  • 게재일 201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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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수전 포스텍 교수
▲ 서의수전 포스텍 교수

1970년대 초 미국에 이민와서 45년 이상 살고 있는 어느 지인 부부와 당시의 이민 이야기를 지난주에 서로 나누었다.

남편과 두 어린 자녀는 한국에 남겨놓고 여자분이 먼저 600달러(지금 가치로 약 4천달러)를 들고 단신으로 미국에 왔단다. 그분은 갖고 온 돈이 달랑달랑 할 즈음 겨우 거처를 마련하고 직업을 구해 가족들이 오게 된, 절망적이기도 했고 가슴 조이게 하는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나도 그 때쯤 미국으로 먼저 떠난 아내와 합류하기 위해 200달러를 들고, 600달러하는 편도 비행기 값을 후불로 갚기로 하고 미국에 도착하였다. 나는 모든 것이 생소한 곳에서 원주민들 보다 3∼4배의 시간과 땀을 흘리며 공장에서 서투른 노동부터 시작하였다. 한국인의 이민은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증가하였고, 먼저 온 사람들은 바쁜 가운데서도 새 이민자들을 돕는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땀을 흘렸다.

한국 이민자들은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였지만, 흔히 부부가 세탁소 또는 조그마한 서양 또는 동양 식품점을 밤낮 없이 주말도 없이 하루 12시간 이상, 일주일 100여 시간 일하며 생활터전을 마련하였다. 이민생활은 이곳에서 당장 필요한 기술이 없으면 모두들 원점에서 출발한다. 너도 나도 팔 걷고 땀 흘리며 일한다. 그런데 20여 년 전부터 대형 식품점에 밀려 대부분의 한국인 영세 식품점은 문닫은지 오래다. 여름에 거대한 선풍기를 틀어도 비지땀을 흘리며 일해야 하는 세탁소는 몇 년 전까지도 부부가 열심히 일하면서 운영해 왔다.

최근 대형 박리다매(薄利多賣) 세탁소가 영세 세탁소를 휩쓸면서 한국인 개인들이 운영하던 세탁소들이 문을 닫아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부정적인 일은 남 앞에서 내색하지 않는다. 내색하지 않는 것이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지인 부부는 그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한국인들이 이민 사회에서도 얼마나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의식하고 남의 눈치를 보는지, 그래서 비싼 것, 고급품을 가지려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한 사회 문화는 반대로 한국인들이 돈 자랑, 자동차 자랑, 집 자랑 등으로 생색을 내게 만든다.

최근 식사 약속에 조금 일찍 한국 식당에 도착하였다. 주차하면서 벤츠와 BMW, 그리고 일제 고급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내려서 자동차들을 둘러보니, 모두 41대의 주차된 자동차 중에 고급차가 16대였고, 미제 자동차 3대, 한국 현대자동차 4대, 나머지 18대는 일반 일제 자동차였다. 미국에서 작년에 총 고급 수입차는 10% 수준이었다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미국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미제 자동차는 주차장에 3대뿐이었다. 한국 자동차 4대를 발견하고 조금 안도감을 가졌다.

주차된 자동차들은 비록 한정된 샘플이지만,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의 일반적 자동차 소유 패턴을 반영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내가 사는 지역이 학군과 주택 값으로 볼 때 수준 높은 지역이지만, 이 곳에 고급차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워싱턴 지역이 미국에서 다섯 손가락에 들어갈 정도의 상위 지역이지만, 이 지역 자동차의 40%가 고급차는 분명 아니다.

자동차 소유는 개인적인 것이다. 필자의 통계의 제한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부유한 유럽국가들도 필수품인 차와 집을 소규모로 갖고 사는데, 왜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필자는 ‘갑을’ 위계를 기초로 하는 사회문화가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한국인들이 모이면 일반적으로 먼저 서열이 확인된다. 나이, 학력, 사회 신분(돈, 지위 등)이 사람의 가치를 결정한다.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인끼리 그러하다면, 한국에 사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더 하리라. 사회 구석 구석에 박혀있는 ‘갑을’ 위계를 기초로 하는 사회문화를 각자 힘을 다해 개혁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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