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참

너의 눈에는 집과 유리창과 나무가 있고 커다란 염소의 젖을 짜는 여자가 있고 검은 하늘에 담긴 흰 구름이 있다 새들이 날아가고 자동차가 지나가는 너의 눈을 나는 오래도록 바라본다 너의 눈에는 어둠을 달리는 고양이가 있고 어둠을 밝히는 불빛들이 있고 피 흘리면 쓰러지는 영화의 주인공들이 있고 그들을 버리고 떠나는 검은 기차가 있다 기차가 지나가자 흔들리는 나무와 풀들이 있다 너의 눈에는 세계가 담겨 있다 너의 눈 속엔 너의 눈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내 눈이 있다 나는 너의 눈을 통해 내 눈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시인의 시선은 너라고 일컬어지는 시적 대상의 눈동자에 가 있다. 너의 눈에서 비쳐지는 세상과 자연과 우주를 보면서 자신의 눈도 그 속에 있음을 느낀다. ‘나’ 라는 존재의 타자화를 통해 현대인들의 정체성의 혼란, 위기감 같은 것을 꼬집어 표현한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