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수 권

볏잎 뒤에 붙은 밀잠자리 한 마리

속나래와 겉나래 두 닢

저 수많은 땡볕과 폭풍우를 치고와서

겹눈을 뜨고 날개는 수평 그대로인 채

손을 댔더니 겹눈도 나래도 바스라져

섬뜩해라, 폭싹 재가 되는 걸!

무얼 남기겠다고

주접 떨지 마라

아 저 시원한 늦가을 창공

한 자락

시인은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의 삶의 원리들을 일깨워주고 있다. 볏잎에 붙어있던 잠자리 한 마리의 바스라져 재가 되는 것을 얘기하면서 존재의 순간성과 함께 또 다시 새로운 생명의 잉태라는 순환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공(空)의 세계와 색(色)의 세계, 해체와 생성의 순환이라는 불교적 원리를 깨우친 것이다. 그래서 득도의 경지에 이른 고승(高僧)이라는 제목을 붙였는지 모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