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

에릭 와이너 지음·문학동네 펴냄
역사·1만8천500원

아테네, 피렌체, 항저우, 애든버러, 캘커타, 빈, 실리콘밸리…. 대륙도, 면적도 제각각인 이 도시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여기에 한 시대를 풍미한 창조적 천재들이 있었다.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문학동네)는 베스트셀러 ‘행복의 지도’의 저자로 뉴욕타임스와 미국 공영방송 NPR의 해외특파원으로 활동한 에릭 와이너가 시대를 풍미했던 창조적 천재들이 찾아 떠난 여정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왜’ 창조적 천재가 특정 시기에, 특정 장소에서 풍성히 배출됐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지금까지의 천재 논의가 개인의 자질 같은‘내면’에 집중됐다면,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는 천재를 만든 ‘외부’ 요인을 주목한다.

천재들이 융성한 일곱 도시를 직접 걸으며 지리적, 문화적, 역사적 관점을 두루 아우르면서 하필 그 도시에서 왜 그토록 창의성이 폭발했는지를 도발적이면서도 유쾌하게 파헤친다.

“빌 브라이슨의 유머와 알랭 드 보통의 통찰력이 만났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필력과 해박함을 두루 갖춘 저자는 거듭해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천재의 발상지를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또한 천재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적절한 인용 등을 근거로 들며 한 도시가 어떻게 천재의 창조성을 진작했는지 분석할 뿐 아니라 창의력을 기르는 데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대화의 단초를 마련한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부터 오늘날 실리콘밸리까지 어느 시대, 어떤 도시였던 간에 천재는 모두 균열 속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그들이 활약한 분야는 제각각이었다. 에릭 와이너는 그 이유를 “나라에서 존경받는 것이 그곳에서 양성될 것이다”라던 플라톤의 말에서 찾는다.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속 도시들은 저마다의 대상에 경의를 표했다. 지혜를 우러러본 아테네는 소크라테스를 얻었다. 아름다움을 숭상한 피렌체에서는 르네상스 거장들이 등장했다. 실용적 태도로 삶을 ‘개선’하고자 한 에든버러에서는 애덤 스미스나 데이비드 흄 등이 한자리를 차지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악기를 연주할 정도였기에 빈에서 모차르트나 베토벤이 태어날 수 있었고, 커피숍이라는 지적 교차로에 이민자들이 몰려들었기에 세기말 빈에서 근대가 탄생할 수 있었다. 실패를 끌어안기에 실리콘밸리에서 첨단의 아이디어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천재들의 도시를 답사한 와이너는 천재에 대한 통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천재는 유전이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독창성을 북돋우는 문화의 산물이므로 천재성은 사적 행위가 아니라 공적 참여라고. 그는 이렇게 단언한다. “한 아이를 길러내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면 한 천재를 길러내는 데는 한 도시가 필요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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