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이집트 파피루스에 “요즘 젊은이들….”이라는 말이 쓰여 있다고 한다. 수 천 년 전의 우리 조상들도 젊은 세대와의 단절로 힘들어했던 모양이다.

최근 친구가 겪었다는 “요즘 젊은이…”라는 경험은 청년 한 두 사람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심각한 수준이었다.

“비키시죠. 여긴 제 자리인데요!”

KTX 열차의 자리에 앉은 그 친구의 머리 위에서 소리가 들렸고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학생 같기도 한 젊은 여성(편의상 청년으로 호칭)이었다고 한다.

그 친구는 항상 복도 쪽으로 자리를 예약하는데 이 날은 실수로 창가 쪽으로 예약을 한 모양이다. 몸집이 큰 그 친구는 늘 복도 쪽을 선호했다.

다음은 그가 전한 당시 상황이다.

혹시 그 청년이 창가 쪽에 앉으면 안 되는가라고 물었다.

“안되는데요.”마치 원칙을 지키라는 듯하다는 표정이었고 퉁명스런 반응이었기에 하는 수 없이 창가 쪽으로 이동하였다. 자리에 앉은 청년은 스마트폰을 꺼내 애인인 듯한 사람과 계속 떠들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아주 큰 건 아니었지만 옆에 앉아있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10분을 기다려 나지막한 소리로 “통화를 계속하시려면 객실 밖 복도로 나가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청년은 별꼴 다본다는 표정으로 애인에게 “옆에서 시끄럽대.”라고 힐쭉 거리면서 바로 끊지 않고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끊었다.

감정을 누르면서 “입장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라고 말하니 “저는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고 싶지 않네요.” 라는 답이 돌아왔다.

“젊은 분이….”라고 뭐라고 말하려니 “젊은 분이라고 말하지 말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친구는 예의를 상실한 젊은이와의 대화는 무의미해 보여 북돋는 감정을 억누르고 앉아갔다고 전한다.

자리에 앉을 때는 원칙을 주장하며 자리를 양보해 주지 않던 그 청년은 실제로는 원칙을 지키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 참담한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인성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포항 한동대학교의 특별한 스승의 날이 생각났다. 한동대에는 스승의 날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담임 교수의 연구실 문을 장식하는 전통이 있다. 30여 명이 한 팀이 되는 한동대 팀 담당 담임 교수는 1년 동안 ‘학교에서의 부모님’이 되어 학생들의 학업, 진로, 신앙적 면까지 학생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상담하고 인격적 관계를 맺는다. 팀원들은 같은 생활관에서 생활하며 팀모임, 리더십 훈련으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을 배우게 되고, 스승의 날이 되면 담임 교수님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교수 연구실 문을 꾸민다. 한동대 이야기를 들으면 남의 나라 이야기같이 현대의 대학의 모습과는 다르다.

지금 “요즘 젊은이….”라는 탄식은 아마도 현대 교육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중고교 선생님들은 교육을 포기하였다는 말도 들린다. 실제로 많은 대학에서 강의시간에 조는 학생들에게 졸려면 강의실을 나가라고 하면 반 이상 나가버리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너무 현대 젊은이, 청년들에 대한 일반화를 시키는 것 같긴 하다. 아마도 아직도 예의가 바르고 어른을 생각하는 청년들도 우리 사회에는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본다.

봉변을 당한 친구에게 한동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그래도 아직 우리사회는 한동대학생 같은 청년들이 있고,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아직도 희망이 우리에게 있는것이라고.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