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돌이 지극하면 탑이 되고, 탑이 지극하면 꽃이 된다.” 휴일에 의미 없이 돌린 채널에서 필자의 심장을 멎게 하는 글을 만났다. 돌로 기왓장에 쌓아올린 탑, 그리고 돌탑 위에 올린 꽃 한 송이! 카메라가 잡아낸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도 장면이지만, 필자는 화면 아래에 새겨진 자막, 그 중에서 ‘지극하면’이라는 단어에 모든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그래서 ‘지극(至極)하다’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봤다. 사전에서는 이 단어를 ‘어떠한 정도나 상태 따위가 극도에 이르러 더할 나위 없다’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사전은 필자가 느낀 감정을 온전히 담아내지는 못하였다. 사전이 설명하는 것 이외에 뭔가 더 강한 느낌, 필자는 그것을 찾기 위해 팔방으로 애를 썼지만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또 한 번 필자의 짧은 어휘력에 한 숨만 깊어질 때 필자는 정조 어록을 만났다. “얼음을 못으로 뚫으면 부서지고 바늘로 뚫으면 쪼개진다. 가령 얼음 한 덩어리를 혹은 네모, 혹은 둥글게 일정한 크기로 나누려고 한다면 바늘이 아니고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이는 장자(莊子)가 말한 ‘두께가 없는 것으로 간격이 있는 것에 들어간다’는 것이니, 이것은 비록 작은 일이지만 모두 지극한 이치가 담겨 있다.” 정조가 말한 지극한 이치는 분명 정조만 아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조의 말이 더 값지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다 지행합일(知行合一)이라는 말이 떠올랐고, 정조야말로 이 말에 잘 어울리는 인물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작은 일도 지극한 마음이 없으면 결코 이룰 수 없다. 그러면 그 지극한 마음이란 무엇일까. 필자는 지극한 마음을 떠올리기 전에 지극한 마음과 반대되는 말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욕심, 사심, 탐심, 교만, 자만, 오만 등을 찾았다. 그리고 지극한 마음이란 이 말들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잘 되지 않는다면 분명 지극한 마음과 반대되는 이 단어들이 어깃장을 놓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았다.

정부가 하는 일 중 북한 관련 일을 제외한 많은 일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그중에 가장 어려운 분야는 바로 “교육”이다.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결정 장애 교육부 등 교육부 앞에 붙는 수식어가 심상치 않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정말 어느 것 하나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뻥 뚫어주는 교육 정책은 단 한 가지도 없다. 사람들은 교육부 수장이 조용하면 무섭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또 어떤 황당한 정책을 들고 나와 국민들의 혼란 지수를 높일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데 2022 수능 개편안을 국가교육위원회로 떠넘긴 후 교육부 수장이 너무 조용하다. 교육부 수장은 또 어느 밀실에 있을까.

교육이 잘 안 돌아가는 이유는 정치 교육 관료들에게는 학생을 위하는 지극한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지극한 마음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정치, 이념, 사상과 같은 말들이 자리를 차지고 있다. 그러니 교육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지금에라도 교육을 정치에서 분리시켜야 한다. 정치에 종속된 교육 관료들에게 학생을 위하는 지극한 마음이 있을 리 만무하다. 교육을 정치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3권 분립을 넘어 4권 분립(입법, 행정, 사법, 교육)을 해서라도 반드시 교육을 정치로부터 분리시켜야 한다. 안타깝게도 교육 못지않게 지극한 마음이 없는 곳이 정치이다. 그래서 북쪽에 올인하고 있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정조의 말씀을 전한다. “덕을 백성들에게 베푸는 것은 하늘이 만물에 비와 이슬을 내리는 것과 같아 적셔주어도 공을 알지 못하며, 자라게 하여도 자취를 보지 못한다. 이것이 백성들이 ‘임금의 힘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고 노래한 방훈(放勳·요임금)의 하늘을 본받은 큰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