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혜명<br/>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 차혜명 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모든 관계는 약속에 달려 있다. 관계가 있어 약속도 존재하는 것이다. 상관도 없는 사이에 무슨 약속이 있을 수 있을까.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가깝거나 멀어지는 일도 약속을 어떻게 지켜내었는가에 달려 있다. 양치기 소년하고 친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약속이 관계에 중요하다는 것은 사람들 간에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국가나 기업 또는 단체가 국민과 소비자 그리고 대중들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고 유지해 가는 데에도 ‘약속’의 무게는 절대로 가벼이 볼 수 없는 것이다. 국가와 공직자는 국민과 생각을 나눔에 있어 신중하고 진솔해야 하며 투명하고 숨김이 없어야 한다.

국회의원 두 사람이 받고 있는 형사적 혐의에 관하여 말로는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하고는 국회의원 다수의 힘을 빌어 장막 뒤로 숨고 말았다. 국민들이 모두 보고 있는 터에, 청렴하고 정직하겠노라던 그 약속은 어디로 갔는지. 그들 자신 뿐 아니라 이들을 비호하고 함께 방패막을 만들어 준 동료의원들은 국민들이 겪는 실망과 배신감을 어찌 감당하려고 하는지. 더욱이, 그동안 기대와 희망을 가지게 하였던 여당의원들이 이 같은 모습에 한 몫을 하였다고 하니 나라와 정권의 앞길에 걱정이 실리는 것이다.

최근 타계한 한 기업인의 일화에도 ‘책임’의 소중함은 깃들여 있다. 오래전 여당의 비리에 자신의 기업이 동참했던 것이 밝혀졌을 적에 그는 그것이 창피해 낯을 들 수 없었다고 한다. 그의 진정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길은 없으나, 그가 한 말에는 진솔함이 실려 있는 것이다. 기업이 소비자를 상대로 사업을 하는 일은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대중과의 약속을 지켜가는 과정이 아닌가. 기업활동을 수행함에 있어 정치권과의 결탁이나 비리에 함께 하는 일은 소비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일이 아닌가. 그러므로, 그의 언사는 적절하였으며 이에 대하여는 보통 사람들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바쁘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지켜내기 위하여 북한과의 대화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고민이 깊어 보인다. 이미 날짜까지 발표되어 있는 북미대화가 성사될 것인지에도 오늘은 물음표가 달린다. 이 땅에 전쟁 대신 평화의 기운이 자리 잡기를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그 ‘약속’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기대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에 몰두할 뿐 아니라, 한반도와 주변 정세 그리고 세계 평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평화’를 불러오는 지도자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문 대통령은 주변 여러 나라들의 이익을 조정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남과 북이 직접 당사자로서 이 민족의 앞날을 위하여 한반도에 ‘평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일에 매진하여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당신들에게 실린 약속의 내용은 ‘평화’가 아닌가.

약속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크든지 작든지 그 무게만큼 지켜내야 하는 것이 약속의 의미이며, 이를 지키지 못했을 때에 감당해야 하는 책임의 무게도 당연히 상당한 것이다. 약속 내용을 확인하고 담보하기 위하여 우리는 온갖 수단의 보증방법을 생각해 보지만, 결국 이는 약속 당사자 간의 신뢰의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약속을 할 적에 신중하게 할 것이며, 그 내용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혹, 어려운 일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정직과 투명함으로 나서야 하며 숨기거나 속이지도 말아야 할 일이다.

모두가 약속 앞에 신중하기를 바라고, 약속한 내용 그대로 지켜내는 믿음이 가득한 세상을 만나고 싶다. 믿지 못할 세상에 살고 싶은 이는 한 사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