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1인당 의약품 소비량에 있어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한국인들이 약을 무분별하게 복용하는 부분도 있으나 인구노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증거다. 이 길을 먼저 간 일본은 일손이 부족해진 상황이다. 우리도 노동력 부족에 대비해야 한다. 과연 이 문제를 통해 장기적으로 증시에 어떤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을까?

최근 미국정부는 중국 통신사 ZTE에 대한 징벌을 철회했다. ZTE는 7년전 북한, 이란에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통신기기를 팔아 넘긴 이유로 미국 통신부품 수입이 금지됐었다. 그 결과 지금 영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해 있다.

왜 트럼프는 무역분쟁(Trade war)에서 무역거래(Trade deal)로 급선회했을까? 사실 무역갈등이라는 것 자체가 비효율성에 따른 비용을 높인다. 트럼프도 이것이 무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는 대선 공약으로 무역적자 축소를 통한 일자리 찾아주기를 내세웠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밀어붙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비용상승 인플레에 매우 민감한 상황이므로 중국의 도움이 필요했을 것이다.

지금 미국이 ZTE를 풀어준 것은 그동안 ZTE를 제재했던 명분이 거짓임을 의미한다. 즉, 그렇게 심하게 ZTE를 규제하지 않아도 미국의 안보를 지킬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현재 안보를 구실로 중국의 반도체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만일 이런 화해 무드 속에 중국 반도체 업체가 미국이나 유럽의 반도체 기업을 인수해 한국을 추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우리나라 수출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가 위협에 노출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구노령화로 인한 내수 위축이 더 커 보인다. 일본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첫째,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로보틱스를 도입한다. 일손이 모자라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더 유도하거나 해외에서 노동력을 유입시켜야 하는데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는 문화적으로 여기에 낯설다. 따라서 로보틱스에 대한 의존도를 과감하게 높이고 있다. 서양에서의 소극적인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일본의 야스카와 같이 로보틱스에서 앞서가는 기업에 주목하자.

둘째, 통화의 가치를 절하시켜 수출을 돕는다. 내수의 위축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게 진행된다. 과거 일본 기업들은 국내시장에서만 잘해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해외로 나가야 하는 형편이다. 젊은이들의 일손이 모자라지만 인건비 상승률이 미미하다. 수요 빈곤이 더 크기 때문이다. 즉 해외시장 개척이 당면한 과제이므로 정부도 이를 돕기 위해 통화약세를 유발시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배경도 여기에 있었다.

셋째, 관광산업을 진작시킨다. 내수가 침체되면 해외 고객들이 들어 와서 소비하게 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아베가 이번 여름 퇴진하기 전 카지노 도입 관련 법령을 통과시킬 전망이다. 정치적 비난을 우려해 내국인 입장에 제한을 두겠지만 카지노 위락시설에는 내국인 관광객이 어느 정도 돈을 잃어줘야 해외 VIP고객들이 모여 드는 경향이 있으므로 규제를 비교적 너그럽게 풀어주지 않을까 전망된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의 세가 새미(Sega Sammy) 같이 카지노나 오락실의 게임 기기 만드는 업체의 주가도 회복될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지금 한국 정부는 앞서 언급된 세가지 움직임과 반대 방향의 정책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인구구조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즉,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도 이런 정책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긴 안목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 솔루션, 원화절하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서비스 수출업,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및 관광산업 관련주들을 분석하고 투자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