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한 ‘2030세대 대북·통일 인식’ 공론조사 결과가 흥미를 끈다. 한 언론사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함께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직후 공론조사를 위해 1·2차 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의 2030세대는 ‘통일보다 공존 우선’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는 경제와 사회에 부담이 되는 통일을 급하게 추진하는 것보다 공존에 바탕을 둔 평화체제 구축을 원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식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전국 2030세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2차 조사는 1차 조사 응답자 중 100명을 뽑아 강연과 토론회 등 공론화과정을 거친 뒤 현장에서 실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조사대상자들이 1차 조사 이후 공론화과정을 거치면서 2차 조사에서 상당히 합리적인 방향으로 인식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1차 조사에서 60%가 ‘기대 이상’이라고 답했다. 다음 달 열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1차에 83%, 2차에 82%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해 높은 기대감을 반영했다. 북한이 정상회담에 나서는 이유로는 ‘압박과 제재를 피하려는 일시적이고 전략적인 행동일 뿐’이란 응답이 1차 조사에서 39%였는데, 2차에서는 52%로 늘었다. 북한과의 ‘민족 동질성’을 묻는 항목에는 1차 조사에서 ‘같은 민족’이라는 응답이 64%였다가 2차에서는 49%로 줄었다. 이에 반해 ‘다른 점이 많은 이웃 나라 중 하나’라는 응답은 증가(1차 36%, 2차 51%)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에 대해 1차 조사에서는 ‘가능성이 있다’가 57%였으나 2차 조사에선 67%로 늘었다. 20·30대는 ‘통일로 인한 이익보다 통일에 드는 비용이 더 크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비용이 더 클 것 같다’(1차 48%, 2차 45%)가 ‘이익이 크다’(1차 26%, 2차 31%)보다 많았다.

2030세대는 북한을 적대시하고 제압할 대상으로 보진 않지만, 여전히 위협과 경계의 대상으로 인식한다. 북한의 대남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하거나 김정은 체제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탓이다. 북한을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두고 발전을 돕는 것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위협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판단한다. 2030세대가 대북·통일에 대한 정보를 폭넓게 공유할수록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가는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매사 흑백논리 극한주장으로 맞서는 정치권이나 기성세대들은 미래세대가 꿈꾸는 대한민국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면서 각성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