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평균 수명은 그 나라의 경제력과 위생 상태 등을 종합평가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일수록 평균 수명이 길다. 위생 관념이 희박한 후진국의 수명과 선진국의 수명 격차는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조금은 오래된 통계이지만, 2000년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평균 수명은 당시 25.9세에 불과했다. 이 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도 766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지금처럼 올라선 것도 불과 60여 년 만의 일이다. 조선시대의 서민층 평균 수명은 40세를 채 넘기지 못했던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1956년 공식 집계된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42세였다. 1960년 53세, 1970년대 들어서 겨우 60세를 넘겼다. 50년대 한국전쟁의 혼란과 60년대 한국 경제의 궁핍성이 극복되는 과정에서 한국인의 평균 수명도 조금씩 늘어났던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81세다. 북한은 우리보다 10세 이상 낮은 69.5세로 알려져 있다. 같은 시대를 살아도 지구촌 곳곳의 사람 수명은 천차만별이라 할 수 있다. 한 나라 안에서도 상위계층과 하위계층, 지역에 따라서 수명의 격차도 많이 다르다. 이를 우리는 건강불평등이란 말로 표현한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모두가 장수가(長壽歌)를 노래하고 있으나 과연 우리는 장수시대를 살고 있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1세라 하나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건강수명은 73세에 머물러 있다. 건강수명은 단순히 오래 살았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활동하며 건강하게 산 기간을 의미한다. 선진국에서는 평균 수명보다 건강수명을 더 중요한 자료로 인용한다고 한다.

여기에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고 살아갈 경제수명까지 감안하면 아직도 우리나라가 극복해야 할 과제는 많다.

재벌닷컴이 우리나라 60대 대기업 총수의 수명을 조사해 보니 평균 77세에 그쳤다고 한다. 재벌 총수라고 반드시 오래 사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LG그룹 구본무 회장도 73세의 나이로 타계했으니 말이다. 인명재천(人命在天)이 새삼 실감난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