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위급회담 연기 이어
탈북 여종업원 송환 등
요구 조건 점점 수위 높여
한·미정상 어제 전화통화
북 유인 전략 나올지 ‘촉각’

한반도 비핵화의 향방이 결정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암초 돌출이 잇따르고 있어 한·미 양 정상이 해법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대해 한미연합군사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발언을 빌미삼아 남북고위급 회담을 무기연기한 데 이어 이번엔 탈북자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조건으로 삼는 등 남한에 대한 압박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미정상은 북한에 대해 압박과 달래기 양면작전을 펼치는 한편 직접 전화 통화를 하는 등 긴밀한 협의를 통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개최를 위한 해법마련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전화통화를 하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20분간 가진 전화통화에서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곧 있을 한미정상회담을 포함해 향후 흔들림 없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통화는 이번이 15번째다. 오는 22일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양 정상이 이날 긴급히 통화한 것은 한국과 미국에 대해 북한이 동시에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한미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양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흔들림 없는 협력의지를 재확인하고, 22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선 비핵화 과정에서 한미공조와 더불어 북한을 비핵화 회담 테이블로 적극적으로 유인하는 방안에 관해 심도있게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지난 16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데 이어 23~25일 예정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 취재 기자단 명단도 20일 현재까지 이틀째 접수하지 않고 있다. 또 현재 진행중인 한미연합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반체제발언 등을 문제로 삼은 가운데 집단 탈북한 북한 식당 여종업원 송환까지 요구하면서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또 전날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집단 탈북여종업원들을 조속히 소환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적십자회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염우리 여성공민들을 지체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써 북남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며“남조선당국의 차후 움직임을 심중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이번 사건을)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이 판문점 선언에 반영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 전망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여종업원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연계할 뜻을 시사했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행사 논의 통로인 적십자회를 내세워 여종업원 송환을 요구함에 따라 판문점 선언에 8.15 광복절 전후 추진이 명시된 8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차질이 우려된다.

더구나 22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 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남북 정상간 핫라인 통화도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속내를 확인하지 못한 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3~25일 예정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대해서는 당초 예정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비록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대남, 대미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북미회담의 판을 깨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핵실험장 폐기는 그대로 추진될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도 위성사진을 토대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관측용 전망대 설치 등 폐기작업을 계속 진행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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