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동원 씨가 조선일보에 보낸 편지가 정치권을 강타했다. 여야가 거친 논쟁 끝에 가까스로 ‘특검’에 합의한 상황에서 나온 드루킹의 새로운 주장은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폭증시키고 있다. 드루킹과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 둘 중의 한 사람은 거짓말쟁이가 될 수밖에 없다. 드루킹이 배수진을 친 이상 지방선거가 끝난다고 다 해결될 일도 아니다. 진정 이 나라를 위해서라면 하루라도 빨리 진위를 가리는 것이 옳다.

드루킹이 ‘탄원서’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제기한 내용들은 충격적이다. 그는 김경수 후보가 자신의 댓글조작을 승인한 것은 물론 매크로 개발단계에서부터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다른 피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경수 의원 관련 진술은 빼라’고 했다면서 수사 축소·은폐 의혹도 제기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대통령선거 때로 이어졌다는 주장 또한 대형 의혹의 핵심매듭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처하는 김경수 후보 자신이나 집권여당의 자세는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다. 우선 김 후보는 맨 처음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부터 오락가락 해명으로 의혹을 오히려 키우는 행태를 보여 구설에 올랐다. 잡아떼다가 하나씩 밝혀지면 그때에 가서야 인정하는 패턴이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 또한 한둘이 아니어서 더욱 의구심을 짙게 했다.

이번 드루킹의 폭로에 대한 반응도 납득하기 어렵다. 김경수 후보는 사실관계에 대한 해명은 일체 없이 ‘거리낄 게 없다’거나 ‘의도가 있다’는 식으로 넘어가려고 해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엉뚱하게도 이를 보도한 언론을 공격했다. 혹시나 경남지사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다 묻어버리고 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그렇다면 더욱 큰일이다.

드루킹의 편지가 공개되자 검찰은 드루킹이 검사면담을 자청해 수사 거래를 시도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제기된 의혹에 대한 진위와는 관련 없이 드루킹을 신뢰할 수 없는 인물로 몰아 때리려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는 집권세력이 줄기차게 취해온 ‘드루킹 인격 흠집 내기’ 행태와 닮아 있어서 왠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일이 시급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진행한 드루킹 특검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남·부산·울산 응답자의 찬성률이 지난달 말 같은 조사(57%) 때보다 더 높은 59%였다. 이는 대구·경북(61%)에 이어 전 지역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검경의 야릇한 핑퐁게임 속에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다. 김경수 후보를 비롯해 연루자들에게 티끌만한 증거라도 하나 남아 있을까 의심스럽다. 그래도 민심이란 결코 만만한 게 아니다. ‘호미로 막으려다가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옛 속담을 상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