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는 직장 없이 이리저리 떠돌다 집으로 돌아와 생활하는 젊은이를 ‘부메랑 키즈’라 부른다. 우리 사회의 ‘캥거루족’과 같은 의미를 가진 용어다. 학교를 졸업해 직장을 가져야 할 나이임에도 취직을 하지 않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는 캥거루족은 지구촌 나라마다 존재한다. 일본에서는 프리터라 한다. 자유(free)와 아르바이트(arbeit)의 합성어다. 돈이 급할 때 임시 취업하고 정식 직장을 구하지 않는 젊은이다. 영국에서는 부모님의 연금을 빼먹는다고 하여 키퍼스라 부른다.

요즘 EU 회원국에서도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모양이다. 28개 EU 회원 국가의 25∼34세 젊은이 4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캥거루족이라 한다.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그리스, 몰타,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 쪽일수록 더 심해 미취업 젊은이의 절반 가량이 캥거루족으로 분류된다. 유럽쪽 부모도 우리의 부모와 마음이 같다면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일거라 짐작된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직장인 가운데 자신이 캥거루족이라 생각하는 젊은이가 3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거를 포함해 경제적 의존이 79.3%, 정신적 의존 41.2%였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월급이 적어서’가 64%로 가장 많았고, ‘목돈 마련을 위해서’가 31.7%로 다음을 차지했다. ‘지출이 커서’, ‘빚이 있어서’ 등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이유로 조사됐다.

2000년대 들면서 청년 취업이 힘들어지고 취업이 사회 문제화 되자 우리 사회에도 ‘캥거루족’이란 용어가 생겨났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청년실업으로 인한 ‘늦은 결혼’ 등 사회적 문제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으나 막상 청년실업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캥거루족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캥거루족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40대가 20.3%, 50대가 15%에 달했다. 이들은 20-30대보다 독립할 의사도 희박하다. 캥거루족에 대한 새로운 진단과 대책 마련이 있어야겠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