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규 원

강에는 강물이 흐르고 한 여자가

흐르지 않고 강가에 서 있다

안고 있는 아이에게 한쪽 젖을 맡기고

강이 만든 길을 보고 있다

길은 강에만 있고 강둑에는

흐린 하늘이 바짝 붙어 있다

아이는 한 손으로 젖을 움켜쥐고

넓은 들에서 하늘로 무너지는

강을 보고 있다

강에는 강물이 흐르고

물속에는 날개가 젖지 않는

새 한 마리가

강을 건너가고 있다

시인이 묘사하는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담담하게 파스텔로 그린 그림 같은 풍경이다. 강가에 아이를 안고 선 여자와 안겨있는 아이의 시선은 유유히 흐르는 강을 바라보고, 그 강 위로 새 한 마리 날아가는, 그야말로 여백 많은 수묵화 한 장을 보는 느낌이다. 그 속에 흐르는 편안하고 평화로운 안식의 시간들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