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영 호

또 밀려오는 파도보다도

내가 먼저 눈을 뜬다

고개만 들고

사방을 훑어보아도

여린 귀청을 흔드는 포효

민감한 바다는

날씨보다 먼저 낯빛을 고치고

목소리까지 바꾸지만

내게는 단 한 벌뿐인

허름한 가난과

난파된 유산

반짝거리며 물목을 돌아가는 불빛 속에서

나는 언제나 서 있어야 하고

일어서기 위해

쓰러지는 연습을 한다

쉼없이 밀려오는 파도, 귀청을 흔드는 거친 바다의 소리를 듣는 것은 견고하게 서 있는 등대 뿐 아니다. 가난과 난파된 유산을 안고 한 세상 건너가는 시인의 마음도 간절히 듣고 견디고 있는 것이리라. 고해를 건너는 것이 인생이라고 했던가. 거센 파도를 견디며 불을 밝히는 등대처럼 파란만장한 세파를 견디며 세상을 향해 희망적이고 감동적인 시를 던져주는 시인이야말로 등대같은 존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