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을 지켜보던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세돌 9단의 우세를 점쳤던 예상과 달리 알파고의 완승으로 바둑이 끝나자, 허탈함과 동시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에 대한 두려움이 그들의 가슴을 두들겼다. 과연 장차 인간은 인간이 개발한 기계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몸으로 체험했던 것이다.

미국 NBC방송은 일자리 특집 방송을 하면서 로봇에게 빼앗길 직업 9가지를 발표했다. 4차 산업의 발달로 기계에게 인간이 내줘야 할 직업에는 약사, 변호사, 운전기사, 우주비행사, 점원, 군인, 베이비시터, 재난 구조사, 스포츠 기자 등이 포함됐다.

그동안 세상이 많이 바뀌면서 우리나라도 인기 직업의 부침이 요란했다. 6·25 전쟁이 끝난 50년대에는 군장교가 최고 인기 직업인이었다. 60년대는 택시운전사, 70년대는 무역업 종사자, 80년대는 금융인, 90년대는 벤처 기업가였으며, 2000년대 들어와서는 공인회계사, 사회복지사 등이 인기 직업군으로 떠올랐다.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달려가던 길목에서 과거 우리 사회는 필연적으로 학벌과 학력이 우선되는 사회현상을 겪어야 했다. 얼마만큼 교육을 받았는지, 어느 학교 출신인지 등이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개인의 능력보다는 학력과 학벌이 우선시되는 풍토가 자리를 잡았고,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로 대별되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신분도 만들어졌다. 엄격히 말해 학벌과 학력은 구별되는 용어이나 능력보다는 학맥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한 사회에서 능력과 학벌, 학력의 삼자가 동등하게 나눠질 때 우리는 능력중심 사회라 한다. 직업의 귀천도 이런 데서는 차이가 날 수 없다. 요즘 각 지방자치단체가 선발하는 환경미화원 모집에 학력 불문하고 많은 사람이 몰려든다. 얼마 전 경북 구미시 환경미화원 공개 채용의 경쟁률이 17대 1을 보였다. 전체 지원자의 41%가 대졸 출신이라고 한다. 불황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학벌을 내세우는 우리사회도 이젠 한물 갈 모양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