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전 세계가 북한 울렁증에 빠졌다, 특히 우리는 그 증상이 유독 심하다. 현 청와대와 정부에 있어 북한은 마치 등대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누군가는 “북한 바라기 정부”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비핵화는 필요하다. 그런데 그 다음은? 보나마나 대북 경제 지원이다. 벌써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금액까지 나오고 있다. 그 금액이 놀랍다. 그 많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건지도 걱정이지만, 필자를 더 한숨짓게 하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에도 대안학교 등 정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곳이 많은데 이들에 대한 관심이 끊겼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중학생이면서 등록금은 물론 교과서까지 자기 돈으로 사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있다. 이에 대한 불합리함을 정부에 계속 얘기했지만 교육부는 알겠다고만 한다. 더 따져 물으면 돈이 없다고 한다. 그런 정부가 천문학적인 돈을 북쪽에 쏟아붓겠다고 하니, 우습다.

대북지원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지원에 있어 좀 더 현명해지자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 비록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PVID)”라는 가정을 붙였지만, 미국도 북한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우리와는 다르다. 미국은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이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고 한다. 모든 것을 정부가 하려는 우리나라와 민간 기업에 기회를 주겠다는 미국! 대통령의 스타일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안 봐도 뻔하다.

답답한 마음을 씻어내기 위해 목욕탕에 갔다가 필자는 극과 극인 모습을 보았다.

그 중 처음에 본 장면은 모습 자체가 감동이었다. 한 때는 일상적이었지만 이제는 참 귀한 장면. 다름 아닌 초등학교 저 학년으로 보이는 아이가 아버지의 등을 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이는 아버지의 등을 유심히 살피면서 “아빠, 여기는 왜 다쳤어? 이거는 언제 다친 거야?”라고 끝없이 물었다. 그 모습은 등을 민다기보다 아버지의 등에 표시된 역사를 읽는 것처럼 보였다. 오랜만에 필자는 코끝이 찡한 감동을 느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뿐. 물안경까지 쓰고 탕으로 뛰어든 어린 무법자들. 물이 튀는 것에 비례해 커져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서로에게 던지는 욕설에 가까운 말들! 주말이어서 탕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하나같이 인상만 쓸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 그 모습은 지금 우리나라 국민의 모습이었다.

너무도 다른 두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필자의 초등학교 5학년 때 수업시간이 떠올랐다. 필자가 5학년임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부끄럼 많던 필자가 선생님의 질문에 처음으로 반 학생들 전체 앞에서 발표를 했고, 선생님은 필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면서 칭찬을 해 주셨기 때문에 그 날을 너무도 똑똑히 기억한다. 그 때 선생님께서 하신 질문은 “목욕탕에서 지켜야 할 예절은 무엇입니까?”였다.

필자는 “비누로 먼저 몸을 씻고 탕에 들어갑니다. 물을 아껴 씁니다. 장난을 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수업 주제는 공중도덕이었다. 필자는 지금도 그 때의 수업 내용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때는 일상이었던 공중도덕! 그런데 왜 이 말이 너무도 낯설게만 느껴질까. 예절 교육, 인성 교육 등 여러 가지 말로 바뀌어 지금 학교 현장에서도 공중도덕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예전의 느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는 학교 붕괴의 시작은 공중도덕이라는 말이 어색해지기 시작하면서 부터라고 믿고 있다.

전 세계가 북한 울렁증에 빠져 있다면, 대한민국 학생, 학부모, 교사는 스승의 날 울렁증에 빠져버렸다. 처참한 날 스승의 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이상한 교육 정책보다 공중도덕 교육부터 부활시키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