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혜명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 차혜명 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계절이 바뀌어 가는 일 만큼 신비로운 게 세상에 또 있을까. 그처럼 혹독했던 겨울이 씻은 듯이 물러간 것이 겨우 몇 달인가 싶은데, 찬란한 햇살 화사한 봄 길을 건너 여름 문턱에 다다르고 보니 자연에 비해 인간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자연이 사람을 도우면 도왔지 사람이 자연을 도운 적이 언제 한번 있었을까. 사람이 애를 쓰고 노력해 일들을 해 간다지만, 자연만큼 소리내지 않고 갈등도 다툼도 없이 만들어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지 않은가. 봄이 여름으로, 도처에 세상을 물들이며 분명히 바꾸어 가지만 어려움이나 아픔을 호소하는 일 없이 또 그 어떤 칭찬이나 격려도 챙기지 않고 날마다 조금씩 여름으로 안내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여름이 도착하고 있다.

마침 이 계절에 우리는 나라 밖으로 평화에 기대가 걸리는 대화가 이어지고 있고, 안으로는 지방선거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의도적이었을까, 일정마저 거의 겹쳐 진행되고 있어 둘 가운데 무엇을 먼저 바라봐야 하는지 국민들은 조금 당혹스럽기도 하다.

먼저, 남북미 대화. 거의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린 북한 당국과 한국의 정치인들이 이번에는 온 국민의 기대를 한 곳에 모으고 신뢰를 회복하며 나아갈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북한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올 것인지,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에 실질적인 관심을 가지고 임할 것인지 긴장 속에 바라보는 국민은 애가 타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선거. 마을마다 동네마다 다음 몇 년을 맡길 사람들을 살펴야 하는데, 받아든 명함뭉치 말고는 제대로 헤아릴 방법이 없다. 무릎이라도 맞대고 앉아 생각을 나누고 마음이 오가며 대화라도 한 판씩 벌어졌으면 좋을 것을, 선거는 이를 허용하지 않아 출마한 인사들을 겉핥기로만 대하고 있다. 표를 던질 국민들도 찬찬히 살펴야 하겠지만, 선거제도도 이를 보다 세심하게 가늠할 수 있도록 나아져야 할 것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고 생각깊은 인사가 선출되지 못한다면, 선거의 의미가 제도의 그늘에 묻히고 말지 않을까. 이 모든 날들을 지나며 우리는, 선거의 뜻을 바르게 거두어 내며 선거의 과정과 방법이 그 의미를 잘 담아내도록 생각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방법이 의미를 담지 못하면, 우리는 다시 허망하게 다음 선거를 기다리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채 한 달도 안 남은 초여름이면 미국과 남북한의 대화는 일단락을 짓고, 우리의 지방선거도 막을 내린다. 나라 사이의 대화에는 누가 가장 많은 것을 챙길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선거의 결과로는 어떤 사람들이 일하게 될 것인지 알게 될 터이다. 수십 년 나뉘었던 이 땅의 통일이 바라보이는 일이 아닌가. 화약 냄새로 가득했던 이 반도에 이제는 평화를 당겨올 일이라지 않는가. 회담으로 향하는 대표들에게 기대도 싣고 우려도 전해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지방선거. 그 누가 뽑혀도 그리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자조’를 이제는 벗어야 한다. 분위기도 바뀌고 빠르게 변화해 가는 세상에, 선거와 투표에 임하는 우리 표심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루하루 계절은 여름으로 다가간다. 날마다 열기를 더하며 여름 본색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남북대화에도 지방선거에도 생각이 모이고 마음이 합해져서 날들이 더워질 만큼 결과도 따뜻해서 국민이 안심하고 지방이 든든해지기를 기원해 본다. 풀뿌리 민심이 여지껏 만들어 낸 결과는 생각보다 위대했다. 남북관계와 지방선거, 두 가지 커다란 일들 가운데에도 더 이상 흔들림없이 지혜로운 성적표를 받아내는 우리 모두가 되길 기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