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최근 문제가 된 대진침대의 방사선 방출 조사결과를 닷새 만에 뒤집어 국민 원성을 사고 있다.

원안위는 대진침대에서 판매한 침대 매트리스 7종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의 가공제품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제품으로 확인돼 수거 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한다고 15일 밝혔다. 대진침대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침대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문제가 된 제품은 뉴웨스턴슬리퍼·그린헬스2·네오그린헬스·모젤·벨라루체·웨스턴슬리퍼·네오그린슬리퍼 등 7종으로서 이들 제품은 라돈과 토론(라돈의 동위원소)에 의한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린헬스2의 경우 피폭선량이 기준치의 최고 9.35배로 나타났다. 앞서 원안위는 지난 10일 1차 조사결과 발표에서 대진침대의 실제 라돈 피폭선량이 법에서 정한 기준치 이하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5일 만에 결과가 달라진 건, 속커버에 대해서만 조사한 1차 조사와 달리 이번 조사에 매트리스 구성품인 ‘스펀지’가 추가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매트리스 속커버나 스폰지에 모나자이트가 포함돼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인 1밀리시버트(mSv)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쯤 되니 국민들은 굳이 대진침대가 아니더라도 모든 침대에 대한 불신감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국민들 사이에는 벌써부터 죽음을 부른 가습기살균제 파동, 발암물질이 검출된 유해생리대 파동에 이어 ‘라돈 침대’파동이 시작됐다는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완전히 가습기 살균제 복사판이네” “이건 집단 살인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대진침대에 신체적 및 정신적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집단 소송에 현재까지 900명 이상이 위임장을 보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위는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라돈은 실내 공기의 질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에 가공제품의 라돈에 의한 내부피폭선량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호흡기에 오랜 시간 밀착되는 침대제품에서 발생하는 라돈·토론에 의한 피폭을 확인함에 따라 내부 평가기준을 변경했다. 원안위는 지난 14일 방사선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준설정 전문위원회를 열고 라돈·토론에 의한 내부피폭 측정기준을 정했다.

국민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국가기관이 지녀야 할 으뜸 덕목은 신뢰성이다. 한 번 믿음을 잃은 기관은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국가는 환경·식품안전을 비롯한 모든 국민생활의 안전에 무한책임을 진다. 처음에는 안전하다고 발표했다가 불과 닷새만에 ‘수거명령’을 발동하는 이런 행태야말로 무책임의 극치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각계각층의 분발이 절박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