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45억 투입 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 사업 포기
혈세 낭비해 놓고 ‘충전형’ 전기버스 사업에 다시 ‘눈독’
“기존 버스 활용안 마련도 안해 놓고선…” 곱잖은 시선

▲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 내 건설된 전기버스 배터리 교환시설과 고장으로 운행이 중지된 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 2대. 사업 추진에 총 45억원의 예산이 들었지만, 1년이 넘도록 포항시는 이렇다할 활용방안을 강구하지 못한 채 방치해놓고 있다. /이바름기자

친환경 전기버스 시대를 예고했던 포항시 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 사업이 결국 무산되면서, 해당 사업에 투입됐던 총 45억원의 혈세를 낭비한 꼴이 됐다.

포항시는 현재 전국적으로 알려진 충전형(플러그-인 방식) 전기버스를 지역에 보급하는 쪽으로 새로운 사업 방향을 잡고 있다. 그러나 아직 기존 사업조차 매듭짓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 무책임한 행정이라는 비난이 쏠리고 있다.

15일 오후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 주차장 안에는 도로를 운행하고 있어야 할 전기버스가 수개월째 이곳에 정차돼 있다. 이 버스는 지난 2014년부터 평생학습원 통학버스로 운행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운행을 중단했다. 배터리 교환에만 6천만원의 예산이 필요해 기약없이 차고지에서만 세월을 보내는 중이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포항시가 전략적으로 추진했던 ‘포항시 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 사업’이 회생불가 상태로 더는 추진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013년 국토교통부의 ‘전기버스 배터리 무인 자동교환형 시스템 사업’에서 성공판정을 받은 포항시는 1년 뒤인 지난 2014년 본격적인 운영과 함께 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 2대 구입, 배터리 교환 정류소를 남구와 북구에 각각 1곳에 설치하는 등 본격적인 전기버스 활성화에 들어갔다.

그러나 포항시와 업무협약을 맺은 전기버스 배터리 생산 업체인 (주)피엠그로우가 자본금 조달을 하지 못해 포기의사를 밝히면서 사업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전기버스 상용화라는 큰 꿈을 가졌던 포항시는 이 상황을 타개하지 못했다. 사업 시작 이후 4년 만인 지난해 말 포항시 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사업은 최종 무산됐다. 포항시 소유의 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 2대는 물론, 포항시 남구 SK뷰 아파트 앞과 북구 환호공원에 만들어진 2곳의 전기버스 배터리 교환시설 역시 운행 차량의 고장 여파로 무용지물이 됐다.

포항시는 사업 실패 이후 올해 초부터 ‘충전형’ 전기버스 사업을 관심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사업 추진을 위해 활발히 운행하고 있는 제주도 전기버스 시장을 확인하는 한편, 지난달 12일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EV 트렌드 코리아 2018’를 방문해 충전형 전기버스를 살펴보는 등 사업추진의사를 보이고 있다. 빠르면 올 연말 포항시 시내버스 노선 개편에 맞춰 충전형 전기버스를 운행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전기버스는 크게 배터리 교환형과 충전형 방식으로 구분되는데, 탈부착식 배터리를 매번 교체하면서 운행하거나 내장된 배터리를 매번 충전하는 기술의 차이다. 최근에는 충전형 전기버스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으며, 도로 밑에 매설된 전선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차량 하부에 장착된 집전장치로 모아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돼 있다.

하지만, 포항시는 기존에 구매한 버스와 배터리 교환시설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계획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기존 사업을 매듭짓지 못한 채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뜻이다. 총 사업비 45억원(환경부 25억원, 시비 13억원, 항공대 산학협력단 7억원)을 투입한 포항시지만, 엎어진 사업과 함께 시설물을 방치해 놓으면서 사업비를 고스란히 날릴 꼴이 됐다. 특히, 포항시는 사업 활성화를 위해 버스생산업체에 신규 주문한 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 2대(6억6천만원 상당) 역시 공동사업자였던 (주)코리아와이드포항이 지급하게 하는 등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

(주)코리아와이드포항 관계자는 “포항시 요청으로 전기버스 사업을 함께했는데, 신규버스 주문은 포항시가 해놓고 구매를 하지 않아 우리 자체적으로 해결해야만 했다”며 “최근 포항시가 또다시 전기버스사업을 추진하겠는 이야기가 있는데, 전례가 있으니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시민 박모(53·환여동)씨는 “엄연히 세금을 들여서 산 버스가 수개월째 운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그 많은 예산이 들어간 줄도 몰랐다”며 “연일 미세먼지 저감정책 등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지금, 포항시에서 눈 감고 있지 말고 활용방안을 강구해 정상적인 운행을 하도록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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