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종 오

님께서 사시는 세상과 그이가 사는 세상의 접경이 없어졌습니다. 접경은 님을 님으로 그이를 그이로 구분케 하였는데, 무변으로 만들어 이 기이한 신록은 님과 그이에게로 가려는가 보았습니다. 벌써 나무들은 어디론가 다 가버리고 통로는 훤히 트였습니다. 님께서 그이에게 되돌아오시든 그이가 님을 찾아가든 이제 맞대면할 날만 남았습니다

이른 봄의 숲을 쓴 이 시는 온전히 자기 자신을 버림으로 남의 존재가 드러나도록 한다는 시인정신이 묻어있는 시다. 그이의 세상과 나의 세상 사이의 접경에 신록이라는 숲을 두고 서로 화해하고 공존하고 함께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표출되어 있다. 그 길은 생명의 길이고 사랑의 길이며 모순과 갈등을 극복하는 길일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