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섭변호사
▲ 박준섭변호사

최근 저출산의 영향으로 학생수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총규모도 매년 증가했다. 부모들이 한 두명에 불과한 자녀의 사교육에 더 경쟁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사교육의 문제는 비단 교육문제에 제한되어 있지 않고 여러 정책요소와 결합되어 있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서는 ‘한 자녀당 결혼 전까지 양육비가 3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당연히 양육비 중 상당부분을 사교육비가 차지한다. 국가가 저출산 대책으로 개인에게 지급하는 적은 돈으로는 사교육비 등 양육비 부담이 너무 커서 아이를 출산하는 것을 꺼리는 것이다. 이것이 저출산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서울의 강남지역과 대구 수성구 등 지방에서 교육여건이 좋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고 지역불균형을 초래하는 주요한 원인도 사교육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교육 정상화가 사교육 문제의 근원적인 대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을 살펴보면, 공교육 정상화가 사교육 문제의 근원적인 대책이라는 점에는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은 공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다는 관점보다는 경쟁자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선행학습으로 이루어져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행학습이 새로운 창조적인 내용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배워야 될 내용을 미리, 그리고 반복적으로 배우는 것을 통해 남보다 앞서 나가는 구조라는 점이다. 이런 선행학습을 통한 경쟁 시스템에서는 공교육이 아무리 정상화되더라도 남보다 앞서기 위해서 하는 선행학습의 필요성은 여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선행학습을 통하여 더 높은 학업성취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인 학습능력이나 성취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사교육은 대단히 소모적이고 무용한 경쟁에 불과하다. 창조성을 기르는 것이 아닌 선행학습과 반복학습이 주를 이루는 것에 불과한, 문제만 많은 사교육이라면 이제는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어떨까. 그 조치는 바로 과외금지, 사교육 금지이다.

과거 정부가 1980년 ‘7·30 교육개혁’을 발표하면서 ‘과외금지’가 시행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0년에 이르러 과외를 금지하는 학원의 설립, 운영법 제3조가 아동과 청소년의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 부모의 학습권, 과외교습을 하고자 하는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후에 사교육은 공교육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규모도 급증했다. 이후 사교육을 금지하자는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왔지만, 헌법재판소가 내린 소위 과외금지 위헌결정에 막혀 번번이 좌절됐다.

우리가 사교육에 대하여 전향적으로 금지를 하면서 헌법위반 논의를 피하는 방법은 헌법개정을 하면서 헌법에 사교육금지에 대한 명문규정을 두면 된다. 헌법에 사교육금지를 가능하도록 하는 근거규정을 두고 하위 법률에 위임하여 구체적인 사교육 금지 규정을 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위헌법률심사 등 규범통제에서 과외금지규정에 대한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되므로 예·체능 이외의 사교육금지, 학교 내 방과후 학습 이외의 사교육 금지 등 다양한 사교육 규제가 가능해진다. 사교육금지가 사교육 산업의 위축 등 일자리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당연히 예상되지만 그러한 약점은 우리나라 사교육시스템의 폐해를 고려하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헌법개정은 선행학습으로 대표되는 망국적 사교육의 폐해를 시정할 수 있는 결정적 방안이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이미 있다. 마침 최근에 헌법개정 논의가 국가적 이슈가 되는 계기도 있다. 이제 사교육금지에 대한 헌법적 규정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