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한민국 산업의 고도성장을 견인하던 포항철강공단의 쇠락추세가 심상치 않다. 휴·폐업으로 문을 닫은 업체가 늘고 근로자들도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은 수년래 지속돼온 극심한 철강불황의 여파에다가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이 덮친 결과물이다. 21세기에도 철강 산업은 여전히 국가안보와 직결돼 있는 ‘산업의 쌀’이다. 포항철강공단의 쇠퇴는 결코 방치할 문제가 아니다.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지난 2월말 현재 포항철강관리공단의 휴·폐업 업체는 18개사 19개 공장으로 조사됐다. 또 공장을 건설하다 중단한 곳도 24개 업체에 달해 전체적으로 40여 곳 이상이 현재 가동을 중단하거나 문을 닫은 상태다. 근로자수도 급감했다. 지난 3월말 기준 공단내 근로자수는 총 1만4천489명(남 1만3천660명·여 829명)으로 지난 2017년 같은 달의 1만4천687명에 비해 198명이 줄었다. 2016년 동월 대비 500명이나 감소한 수치이며, 최근 2년 동안 무려 800여명이 공단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 내에서 현재 휴·폐업 상태로 경매절차를 밟고 있는 공장은 18개사다. 지난 2013년에는 10개 안팎에 불과했으나 5년 사이에 무려 20여개사에 육박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문 닫는 공장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렇다보니 포항철강공단의 취업문은 바늘구멍이다. 지난해 J업체 포항공장에서 생산현장직 3~5명을 채용하는데 응시자수가 무려 2천여명이나 몰리기도 했다. S사의 경우 지난해 초 현장직 3명을 모집하는데 350여 명이 응시해 11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P사의 경우 지난해 5월 고졸사원 모집에 100대의 1의 경쟁률을 보였고, 공단 내 규모가 작은 또 다른 P사는 현장직 2명을 뽑는데 응시접수자가 100여명 가까이 몰렸다.

예나 지금이나 철강은 국가전략산업의 범주에 있다. 철강은 모든 제조업의 기초소재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철강산업의 뒷받침 없이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한 나라는 없다. 1960년대 산업화 시절에 내건 ‘제철보국(製鐵報國·철강을 일으켜 나라에 보답한다)’이라는 포항제철(현 포스코)의 설립 모토는 철강의 전략적 가치를 함축하는 표현으로서 오늘날도 유효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끈질기게 추진하는 것은 철강 산업이 국익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증하고 있다. 신소재개발에서 시장 다변화에 이르기까지 다각도의 분투가 필요하다. 활기를 잃어가는 포항철강공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는 국가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정책당국을 비롯한 위정자들의 큰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