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공방 -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 꿈틀로’ 탐방
<10> 박승태 화가(박승태 아틀리에)

▲ 박승태作
▲ 박승태作

부엉이파출소라고도 불리는 중앙파출소 옆 할매떡볶이집에는 수십 년 떡볶이를 만들어온 할매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신산스런 세월의 흔적이 깊이 느껴지는 초상화가 할머니는 마음에 들었나 보다. 손님은 물론 행인들도 잘 볼 수 있는 자리에 초상화를 걸어 놓았으니. 이웃한 산촌식당에도, 신촌카페에도, 상호를 아예 꿈틀로세탁소로 바꾼 옛 대구파출소에도, 그리고 미장원, 양품점, 식당 곳곳에 주인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꿈틀로에서 만날 수 있는 독특한, 흥미로운 풍경이다. 초상화는 꿈틀로의 화가 박승태가 동료 두 명과 함께 그렸다. 당초 10점을 그리기로 했는데, 25점이 완성됐다.

‘꿈틀로 사람들’에
일일이 초상화 그려주며
주민과 함께 호흡
자연·도심풍경에 ‘순수’ 담아

지난해 12월 22일 꿈틀갤러리에서 ‘꿈틀로 사람들’이라는 명칭으로 초상화 전시회가 열렸다. 꿈틀로 작가와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작은 잔치를 열었다. 초상화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활짝 웃으며 기념 촬영을 했다. 대부분 생전 처음 자신의 초상화를 접했다. 꿈틀로 사람들은 꿈틀로가 조성된 후로 가장 의미 있는 행사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바로 이 전시회를 꼽는다. 작가들이 주민들과 함께 어우러져 행사를 기획하고 솜씨를 발휘하면서 공동체를 엮어가는 과정이 소박하지만 아름다웠던 까닭이다.

요즘 꿈틀로에서 화가 박승태를 만나면 십중팔구 눈은 붉게 충혈돼 있고 얼굴은 잔뜩 부어 있는 모습을 목도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전시회의 후유증이다. 박 화가는 오는 6월 20일부터 서울 인사동에서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그에 앞서 6월 1일부터는 꿈틀로갤러리에서 개인전이 열린다. 70점 가까이 전시되는 작지 않은 규모의 개인전이다. 이 일정에 맞춰 작품을 준비해왔다. 그런데 예정에 없던 초상화 전시회가 기획되면서 개인전 준비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그것도 당초 10점으로 시작했다가 25점으로 늘어났다. 박 화가 입장에서는 코가 걸려도 단단히 걸린 것이다. 좋은 일 했다고 공치사는 많이 들었지만 십 원 한 푼 주머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박 화가는 지난 3월부터 거의 매일 새벽까지 작품에 몰두하고 있다. 그 정도에 이르면 인상이 날카로워지기 마련인데, 사람들을 만나면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박 화가는 그렇게 순수하다. 자연과 도시의 풍경을 주로 다루는 그의 작품 또한 순수미가 느껴진다. 작가와 작품이 한몸인 까닭이리라.

“자연은 나에게 사랑 그 자체입니다. 누가 나보고 물으면 그냥 좋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 2008년 8월 6일 작업노트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청송 주왕산 신술골, 남해 두모마을 유채밭. 아름답다고 알려진 곳이면 박 화가는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다. 그리고 그 장면을 캔버스에 담기 위해 새벽까지 분투한다. 죽도시장, 중앙상가, 영일대해수욕장 같은 도심의 풍경도 그의 작품 속에서는 정겹기 그지없다.

가난에 무릎 꿇지 않고 작품에 전념하는 순수한 예술혼은 희미한 옛 그림자가 돼 버렸는가. 박승태 화가와 그의 작품을 만나면 딱히 그렇지만도 않다는 사실에 작은 기쁨을 느끼게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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