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정상회담 싱가포르 개최지 선정 뒷이야기
문재인·트럼프 한미정상
남북정상회담 다음날 통화
싱가포르·인천 송도도 거론
트럼프 이후 미안함 전한듯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싱가포르가 결정된 데에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속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우선 청와대는 북미정상회담이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미국 측으로부터 일주일 전에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한미 정상이 1순위로 거론했던 북미정상회담 장소는 판문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핵심관계자는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북미정상회담장소와 시기가 결정되기까지 한미 간 논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 관계자는 “6월 12일 무렵에 싱가포르에서 개최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는 정의용 안보실장이 일주일 전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러 갔을 때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정 실장이 지난 4일 미국에서 볼턴 보좌관을 만나 북미정상회담 개최 등의 현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싱가포르에서의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통보받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정 실장이 관여할 성격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북미회담과 관련한 실무적 논의를 하고 북한의 현재 사정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해 북미정상회담 장소를 한미가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을 확인했다.

북미정상회담 장소가 가장 처음 화제에 오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한 때였다. 이때 두 정상이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기 때문이다. 당시 두 정상은 두세 군데를 놓고 각각의 장단점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고, 이때 거론됐던 곳이 판문점과 싱가포르, 인천 송도였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송도의 경우 두 정상이 지나가는 투로 이야기한 적이 있는 것 같다. 그 이후로 (송도와 관련한) 진전이 없어서 의미는 없다”면서 “1순위로 얘기한 곳이 판문점이었다.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것도 판문점 관련이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판문점에 대해 질문을 가장 많이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판문점 내 평화의집과 자유의집이 어디에 있는지, 회의할만한 장소인지 등을 물었다는 것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남북 접경지역인 평화의 집/자유의 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을 띠고 중요하며 지속가능한 장소일까. 한 번 물어본다”라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로서는 트럼프가 판문점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판단하게 됐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조기에 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데 이어 공개석상에서도 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3∼4주 내’라고 표현해 청와대도 북미회담의 조기 개최 가능성을 점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4일 정 실장을 통해 회담 장소로 싱가포르를 확인하고도 변수가 남아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북한이 적극적으로 회담을 평양에 유치하려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개최에 의지가 남아 있어 보여서 최종 확정까지는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봤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9일에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한미 정상통화가 이뤄졌을 때 제가 느낀 점은 판문점을 북미회담 개최 장소에서 배제한 데 트럼프 대통령이 약간의 미안함이 있는 것으로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세계사를 봐도 주요 회담이 제3국에서 열렸듯 미국은 제네바를 선호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 등을 감안해 가장 현실적인 싱가포르가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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