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변하지 않는 여의도 풍경이 있다. 여야로 나뉘어 한쪽은 오만하고, 반대쪽은 대책 없이 강경일변도로 치닫는 모습이다. 여야 공수(攻守)가 바뀌면 달라질까, 순진한 국민들은 기대도 해왔지만 번번이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드루킹’ 특검 도입과 추경예산안 처리 등을 둘러싼 국회의 장기 대치가 기시감을 겹쳐 부른다. 예전에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다. 여당이 대범하게 드루킹 특검을 수용하면서 풀어내야 한다. 그게 정답이다.

여야는 지난 주말에도 대치 국면을 이어가면서 신경전을 벌였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11일 선출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김성원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홍 원내대표의 경우 친문(친문재인)이시니 전향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도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먼저 꽉 막힌 정국을 풀어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장정숙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홍 원내대표가 꽉 막힌 정국을 풀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여야가 조건 없이 국회 정상화를 선언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때때로 과격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곤 하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9일간 단식 농성을 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를 향해 독설을 퍼부으면서 사태는 더욱 험악해졌다.

추 대표는 “깜도 안 되는 특검을 들어줬더니 도로 드러누웠다”고 비난하면서 한국당을 ‘빨간 옷을 입은 청개구리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발언이 알려지자 한국당은 ‘금도를 넘어선 망언’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김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언제 특검을 수용한다고 했는가"라며 “추미애 대표의 막가파식 대야(對野) 인식이 국회를 파탄내고 있다. 뚫어진 입이라고 막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작금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더불어민주당에는 영락없이, 잘 나가는 집권당의 오만방자 그림자가 얼비친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70~80%를 넘나들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50%를 넘어 고공행진인 것은 맞다. 그러나 그런 민심이 더욱 경계하고 잘 하라는 성원이지,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자유한국당 역시 ‘대안제시’보다는 반대를 위한 반대의 관성만 잔뜩 키워가고 있어서 걱정이다.

어쨌든 꼬인 정국의 실타래를 풀어낼 으뜸책임은 집권여당에게 있다.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얄궂은 조건 따위일랑 일체 붙이지 말고 당당하고 담백하게 야당의 ‘특검안’을 받아들이는 게 순리다. 야당 또한 분별없는 발목잡기 심리에서 벗어나 민심을 살펴 대승적으로 협조할 것은 흔쾌히 협조하는 게 옳다. 정치다운 정치를 안 하는 정치인들이 이 나라에 대체 무슨 소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