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영

해질녘에 나는 걷는다
정처 없이, 쓰라린 가슴에
바람을 안고

한밤중에 나는 걷는다
정처 없이, 부엉이 우는
캄캄한 숲을 지나서

새벽에도 나는 걷는다
정처 없이, 풀잎에 내린
이슬을 밟고

아침을 향해 나는 걷는다
정처 없이, 노고지리 하늘 높이
날아오를 때까지!

평생을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싸우며 불구의 세상을 향해 정의의 목소리를 던진 시인의 겸허한 목소리를 듣는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그는 사람 살만한 세상을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생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필자의 글방에는 어느 해 새해 아침 민영시인이 보내주신 신년 덕담의 편지 한 장이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