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대회서 1천409분 뛰어
박지성·이영표는 2, 3위에

▲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스페인과 8강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골을 넣은 뒤 홍명보가 기뻐하며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축구영웅 라이언 긱스는 불운의 스타로 꼽힌다.

조국 웨일스가 유럽 예선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해 단 한 번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기 때문이다.

긱스처럼 최정상급 기량을 갖고도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하는 선수는 차고 넘친다.

레알 마드리드의 세계적인 측면 공격수 개러스 베일(웨일스), 1995년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를 석권한 조지 웨아(현 라이베리아 대통령)도 월드컵을 경험하지 못했다.

긱스, 웨아 등 최고의 선수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월드컵 본선 무대를 4번이나 경험한 한국 선수가 있다.

대한축구협회 홍명보 전무이사다. 홍명보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2002년한일월드컵까지 4차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한국이 치른 16경기에 빠지지 않고 출전했다. 역대 한국 선수 중 가장 많다.

출전시간으로 따져도 홍명보는 총 1천409분을 뛰어 1위에 올라있다.

그는 교체 없이 12경기 연속 풀타임으로 뛰다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 이탈리아와 경기 후반 38분에 처음으로 교체 아웃됐다.

홍명보 다음으로 많은 경기, 많은 시간을 뛴 한국 선수는 박지성 SBS 해설위원과 이영표 KBS 해설위원이다.

두 사람은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까지 3개 대회에 출전했다.

박지성은 14경기에서 1천268분, 이영표는 12경기에서 1천113분을 소화해 각 부문 2위와 3위에 올라있다.

박지성은 2002년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부터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루과이전까지 12경기 1천137분을 교체 없이 뛰기도 했다.

재밌는 기록도 있다. 역대 가장 짧은 시간을 뛴 한국 선수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한 이승렬이다.

그는 첫 경기 그리스전 후반 42분에 투입돼 추가시간까지 총 5분을 뛰었다. 이후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

두 번째로 짧은 시간은 2002년 월드컵 터키와 3,4위 결정전을 뛴 최태욱이다.

최태욱은 대회 내내 벤치에 있다가 경기 후반 34분에 들어가 11분간 그라운드를누볐다.

그나마 이승렬, 최태욱은 운이 따른 경우다. 월드컵에 참가했지만 단 1분도 뛰지 못하고 벤치만 지킨 선수들도 많다.

역대 144명의 월드컵 본선 참가 선수 중 31명이나 된다.

현재 세레소 오사카를 이끄는 ‘꾀돌이’ 윤정환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정작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2개 대회 연속 벤치만 지켰던 선수도 있다. K리그2(2부리그) 서울 이랜드 골키퍼 김영광(2006, 2010년)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