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선 우

쉰이 넘은 나인데 나는 왜 이렇게 비틀댈까

내일은 올 들어 가장 발달한 눈구름이 다가온다는데

다 팽개치고 눈 맞으러 달려갈 생각을 한다

동백꽃 보러 미황사로 갈 생각을 한다

구계등 바닷가에 자갈돌 밟으며 소리쳐 통곡을 할 생각을 한다

너는 누구니? 도대체 너는?

끝없는 그리움에 때로는 소스라치고 때로는 맥없이 주저앉고

내일은 올 들어 가장 발달한 눈구름이 다가온다는데

미쳐도 곱게 미쳐야 할텐데

내일은 큰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 대설에 대비하지 않고 눈 맞으려 달려갈 생각을 하고 눈 속에 피는 동백꽃을 보러가야겠다는 시인의 심정은 무엇일까. “너는 누구니? 도대체 너는?”이라는 부분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쉰이 넘은 나이인데도 왜 나는 이렇게 비틀댈까 하는 자괴감 혹은 외로움 같은 것들이 이 시를 지배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