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준 호

새에게 하늘의 깊이를 가르쳐 준 나뭇잎은 이제 떠나갔습니다

더러 어떤 이는

새에게
전쟁의 무서움도 가르쳐 주었지만

누님,
상처로 얼룩 이 우주에도 가을은 오겠지요

오겠지요

문득 저 꽃 한 송이에도 눈이 부셔
새삼
눈을 뜰 수도 없습니다

문득 떨어지는 이파리들을 바라보며 세상을, 아니 상처뿐인 우주를 느끼는 시인을 본다. 시인의 목소리에는 무변광대한 우주를 전쟁과 왜곡된 인간의 문명으로 더럽히고 상처를 내는 인류에 대한 안타까움이 서려있다. 시인이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곱게 피어오른 꽃 한 송이처럼 순리에 따르고 자연 그대로의 우주, 세상인지 모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