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지리, 우리 풍수의 인문학’
최원석 지음·한길사 출간
인문· 2만4천원

오늘날 우리에게 풍수는 미신과 실용, 신비와 경험,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모호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누군가는 가십성 TV 프로그램에서 정체가 불분명한 무속인이나 도인을 섭외해 엘로드(L-rod) 막대기로 수맥을 찾거나 “땅의 형세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1천200여 년 전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 민족의 삶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은 풍수는 단순히 과학으로 극복해야 할 비과학적인 구례(舊例)에 불과한가. 한국인에게 풍수는 무엇이며 한국풍수의 정체와 특징은 무엇인가.

‘사람의 지리 우리 풍수의 인문학: 그 실천과 활용의 사회문화사’(한길사)는 우리 시대의 ‘산가'(山家)로 불리는 저자 최원석 경상대 명산문화연구센터 교수갖풍수’에 관한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책이다.

저자의 주요 저서인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 ‘산천독법’이 우리 민족과 산의 관계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접근했다면, ‘사람의 지리 우리 풍수의 인문학’은 풍수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풍수 논문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받은 최원석 교수는 ‘사람의 지리, 우리 풍수의 인문학’에서 한국 풍수는 이른바 ‘생활풍수’이자 ‘마음풍수’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우리 민족에게 풍수는‘생활’과 밀접한 삶의 중요한 요소였으며 ‘살 만한 터전’을 가꾸는 일 자체가 풍수였던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풍수는 일종의 미신처럼 격하됐고 저자는 이러한 풍수 인식을 안타까워하며 우리 풍수의 본모습을 밝히려 애쓴다. 각종 사료와 도판, 저자 본인이 직접 찍은 각종 사진을 활용해 한국풍수의 구체적 상을 밝히고 동아시아와 서구에서 풍수가 어떻게 연구되는지 소개함으로써 풍수의 학문적 가능성을 살핀다.

저자는 8세기께 중국에서 들어온 풍수가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자리 잡았는지 설명하면서 지배층이 수도를 정하거나 왕궁, 왕릉을 조성할 때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풍수를 내세웠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고려는 개성을 도읍으로 삼았으나, 위기를 겪을 때마다 서경인 평양이나 남경인 서울로 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좌청룡과 우백호에 둘러싸인 혈(穴) 앞 땅을 명당으로 여기는 논리를 배제하고 사람 사는 마을을 직접 가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십중팔구는 산과 물이 적당히 있고, 양지바른 곳에 마을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인은 풍수 논리에 삶을 끼워 맞추기보다 살아가는 방도로 풍수를 유연하게 활용했다”며 “부족하다 싶으면 보완해서 살 만한 터전으로 만드는 지혜를 발휘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린 풍수에 불교가 결합하면서 ‘마음풍수’가 됐다고 강조한다. 불교가 들어오면서 불보살이 산천에 깃들었다는 관념이 퍼졌고, 마음이 편안하고 자연과 통하는 곳이면 명당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이를 ‘자연과 마음의 만남의 미학’으로 요약하면서 “한국에서는 풍수에 역사, 사회, 문화, 사람, 환경이 녹아 있기에 그 자체만 따로 떼어내서는 실체를 볼 수 없다”고 역설한다.

우리 풍수 문화의 정체성을 분석한 저자는 지리산 마을, 용인 묘지 등에 풍수를 어떻게 적용했는지 살피고 조선시대 주요 풍수 사상가인 장현광, 윤선도, 권섭, 이중환, 최한기가 설파한 풍수론을 소개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