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룡<br /><br />서예가<br />
▲ 강희룡 서예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1989년 유엔에서 5월 15일을 ‘세계가정의 날’로 지정한 이래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가정의 날 기념행사를 실시하다가 2004년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은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했다. 여성가족부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함께하는 돌봄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국민 참여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매년 5월만 되면 전국 건강가정지원센터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각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가족프로그램이 제공된다. 경북지역도 매년 5일이면 어김없이 어린이날을 맞아 경북어린이날 큰잔치나 백일장, 사생대회같은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시성 행사는 매년 그랬듯 일회성 축제로 끝나버리고 만다.

부처폐지론까지 나오는 여성가족부는 존재하고 있는 이유가 없고 사회에 큰 역할이 없이 허황된 각종<00A0>캠페인만 쏟아낸다. 사회 환경조성을 통해 일과 생활균형의 안정적인 양육환경을 조성하고 민주시민교육이 포함된 부모교육도 확산시켜 가겠다는 장광설도 실질적이지 못하고 이루지 못할 선심성 제도로 느껴진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며칠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지고 내년 이맘때쯤에 다시 같은 말을 내놓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비극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가해자들의 잔혹함과 부실한 예방체계에 대한 반짝 분노만 일어날 뿐, 이 같은 비판이 학대 예방을 위한 사회적 지원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노인 관련 전담 부서를 따로 두면서 아동은 여성, 청소년, 다문화가정 등과 한데 묶어 놓고 있다.

최악의 아동 성범죄인 나영이사건, 준희양사건 그리고 인천 초등생 유인살해사건 등 이런 흉악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아동학대 예방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외부에 드러난 아동학대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동과 학대신고 의무자가 반드시 만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거나 미국이나 영국처럼 영·유아 가정 전체를 대상으로 한 가정방문 서비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전통사회에서는 본래 바른 생활습관과 품성을 배양하기 위한 조기 인성교육을 중시하였다. 그래서 초등교육 단계의 교재로 소학, 동몽선습 등을 권장하였다. 지식 교육도 획일적이 아니라 개인의 수준과 능력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행해졌다. 사회 전체 차원에서는 지위나 부와 상관없이 인품과 덕망이 높은 인사가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그려졌고 국가에서는 개결(介潔)한 성품과 행실을 갖춘 선비에게 청백리라는 명예를 부여하기도 했다.

오늘날의 교육은 인성교육은 사라지고 성공과 출세를 위한 선행적 지식 축적과 일류대학시험에 대비한 작문 연습이 초등교육 단계로까지 퍼져갔다. 이런 현상은 결국 부모욕심에서 기인한다고 진단된다. 학업에 대한 과도한 압박은 자녀를 위축시키고 의욕을 꺾으며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해쳐 역효과를 초래하게 되어 가정이 파괴되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교육부 역시 청소년 범죄만 터지면 장관부터 언론에서 지식보다 예절과 조기인성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부르짖으나 며칠 지나면 모두 공염불이 되고 만다.

매년 가정의 달이나 어린이날만 되면 마구 쏟아내는 선심성 탁상행정이나 아이들을 위한 전시성 프로그램도 중요할지 모르지만 아동학대 감시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학 전 아동에 대한 보호 조치가 제도적으로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 사회와 정부가 아동학대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과연 예방 의지는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특히 위정자나 공직자들이 먼저 자기의 내면세계를 바르게 가다듬은 후 가정을 잘 돌본 다음에 정치나 공직에 나서야 나라가 혼란스럽지 않다. 수신제가 후에야 치국평천하 아닌가.